국토부 "구글맵 대체-400억원 절감"…될까

일반입력 :2012/12/10 12:34    수정: 2012/12/10 14:08

국토해양부가 '구글맵'을 대체하겠다며 자체 지도서비스를 국내 기업들에게 개방하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끄는 가운데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10일 현재 국토부는 '브이월드'라는 자체 개방형 공간정보플랫폼을 운영중인데 이달중 국내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API'를 완성하고 내년부터 모바일 지도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주 이를 밝힌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IT기업들의 홈페이지에서 우리나라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유럽 등에서 독도를 부르는 이름) '리앙쿠르암초'로 표기했다며 국가표준 영문지명 검색기능체계(POI)를 브이월드 지도서비스에 탑재해 글로벌 지도서비스 기업들의 우리나라 지명 등 명칭표기 오류 논란을 차단하고 주권을 수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슨 일 있었나

이는 최근 국내 기관과 기업들이 각 지점 안내를 위해 사이트에 구글맵을 설치해서 불거진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당시 지디넷코리아를 포함한 일부 매체가 구글맵을 적용한 우체국 등 관공서, 아시아나항공같은 항공사, 하이마트같은 유통업체, 삼성전자와 LG CNS같은 IT업체가 우리나라 공식 표기를 따르지 않는 지도를 보여주는 사례를 보도했다.

앞서 일본이 부당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우리나라를 자극해온 탓에 해당 사안에 민감해진 상황이다. 이가운데 해외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과 항공사, 공공조직인 정부기관조차 문제가 있는 표기를 받아들인 구글맵을 사용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의 실망스럽다는 반응과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이후 공식블로그에 새로운 지도로 교체를 마칠 때까지 현 구글 지도와의 연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 글로벌 사이트에선 일본해와 리앙쿠르암초를 표기한 해외판 구글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동해와 독도 표기를 보여주는 국내판 구글맵은 여전히 연결돼 있다.

구글은 지난 10월 자사 지도서비스의 지명표기방침을 바꾸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한때 모든 지역별 서비스에 일본측의 표기를 기본으로 삼았다가, 국내서 논란이 된 이후 우리나라 서비스에만 기존 표기를 되돌려놓은 상태다.

이에 국토부는 자체 지도서비스 브이월드로 구글맵같은 외국 지도를 뛰어넘는 서비스체계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브이월드는 지난 2월부터 해외 지도업체와 차별화를 선언하며 시범 운영돼왔다. 당시 3D지도를 위한 오픈API가 먼저 제공돼왔고 이번에 2D 지도를 위한 API가 개방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이 국내 지도서비스 활용을 검토중이라고 언급하며 기업들이 국내 지도를 활용하면 구글맵 등 기존 해외에 연간 400억원가량 제공했던 지도서비스 이용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글맵이 단순 2D차원 공간정보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브이월드는 북한위성영상, 전세계위성영상같은 지도정보에 더해 용도지역지구도, 부동산정보 등 행정정보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응용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글로벌서비스 노하우를 갖춘 구글만큼 사용자와 개발자에게 편리한 서비스 운영과 API 개발 등을 할 수 있을지는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최소 갱신기간 6개월…잘 될까?

일례로 지도는 일반 사용자든 기업이든 항상 최신 정보로 존재해야 하지만 국토부가 브이월드로 제공하는 2D 지도데이터는 갱신단위가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늘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사이에 없던 길이나 주소가 얼마든지 생길 수도,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공간정보 가동시스템을 활용, 자동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표현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최신의 데이터를 제공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또 국토부가 이달중 제공할 오픈API 운영역량에 대한 검증이 불충분하다. 지난 2월부터 3D 지도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픈API를 제공해왔는데, 윈도와 인터넷익스플로러(IE) 전용이란 제약이 존재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 오픈플랫폼 개발자센터에 따르면 대용량 지도데이터 사용자에 대한 제한정책은 현재 없다며 서비스에 지장을 줄 정도라고 판단되는 사용자의 경우 향후 사용 제한을 고려하고 있다고만 써 있다.

또한 국토부가 개방할 2D 오픈API 기반 지도서비스가 국내 기업들의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은 향후 발전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국토부가 얘기하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겨냥한 사업장을 갖춘 기업들을 모두 가리키는 것인지, 대다수 조직 구성원과 대표자가 우리나라 사람인 조직을 지목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리고 어느쪽이든 이같은 방침 자체가 외국계 기업에 대한 차별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로 독도나 동해같은 지명오류 논란은 국내 기업들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글로벌업체들의 서비스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문제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한창 논란을 유발한 모바일기기 내장 지도서비스도 애플이 자체 지도를,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의 구글맵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에 노키아와 빙맵 데이터를 쓰느라 나타난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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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토부가 국내 주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구글맵을 대체할만한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뜻이 분명하다면 국내와 해외 기업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브이월드에 기반한 한국지도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토부가 이같은 전향적 입장을 보이더라도 글로벌기업들이 국토부의 지도를 선택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지 국토부가 그 가능성을 처음부터 일부러 차단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례로 글로벌기업들가운데 애플, 구글, MS에 이어 최근 지명표기 문제로 논란이 된 페이스북 측의 공식 답변은 자체 지도서비스가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모든 국가에 MS의 빙맵으로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MS와 그에 관련한 명시적 협력사항은 없는데 기본 설정(빙맵)을 바꿀 계획도 아직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