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지도서비스가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와 고유지명 '동해'를 '리앙쿠르암'과 '일본해'로 잘못 표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갖춘 글로벌 IT업체 가운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네 번째 사례다.
23일 현재 페이스북에서 메시지 업데이트 장소를 독도나 동해로 써보면 각각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된 온라인 지도를 연결해 준다.
리앙쿠르암은 일본측이 주장하는 명칭 '다케시마'가 아니라 주인 없는 암초를 뜻한다. 게다가 일본해 명칭 표기가 그 위치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식명칭인 동해는 강원도 원산만에 인접한 영역에 일본해와 병기됐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영해가 울릉도도 아우르지 못할 정도로 상당히 협소하게 인식된다.
■원인은 구글-MS지도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지도는 페이스북 자체 지도 서비스가 아니라 MS가 제공하는 빙맵이다. 빙맵은 MS와 노키아가 갖고 있는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치정보와 지명을 표기한다.
웹브라우저, 윈도폰, 윈도8에 서비스되는 MS 지도 역시 빙맵인데 모두 독도와 동해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MS가 애플과 마찬가지로 지도데이터 반출을 제한한 국내 실정법에 맞추지 않고 일본 지도업체 데이터만 활용하는 해외 서버를 운용한 결과다.
사실 페이스북은 MS뿐아니라 구글 지도도 활용한다. 다만 네이티브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사용자들만 그 기능을 접할 수 있게 만들었다.
iOS와 안드로이드용 페이스북 앱 사용자가 '체크인'이나 현재 장소에서 특정 위치로 '찾아가는 길 보기'를 하면 빙맵이 아니라 구글지도로 연결된다. 그외 모바일앱의 위치정보 관련 기능은 PC나 모바일 웹에서와 마찬가지로 MS지도를 연결해 준다.
■정부-반크, 페이스북에도 항의해야하나
구글 지도는 네이버나 다음같은 국내 포털업체에 견줄만한 서비스다. 구글은 MS나 애플과 달리 국내법에 맞춰 국내 지도업체와 제휴해 그 서버를 국내에 뒀다. 하지만 약 1개월전 독도 표기를 버리고 '리앙쿠르암초'로 바꿨고 '일본해'를 공식명으로 만들고 동해는 부속명칭으로 삼아버렸다.
정부와 사이버외교사절단으로 알려진 민간단체 '반크'가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T업체에 표기에 대한 시정을 요구중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외교통상부가 구글측에 독도 주소 표기를 요청했지만 구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크도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 공사관에서 구글과 애플에 독도와 동해 표기를 바로잡아달라고 촉구했지만 업체측은 묵묵부답이다.
국내서는 페이스북이 MS 빙맵과 구글맵을 어떻게 제공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구글지도 인기는 네이버와 다음같은 국내 포털 지도서비스에 비해 낮게 평가된다. MS 빙맵은 아예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지난달 공식적으로 월간 실사용자 10억명을 넘어선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다. 빙맵은 MS 검색점유율이 높은 미국에서, 구글 지도는 미국뿐아니라 일본과 유럽 각지에서 널리 쓰인다. 페이스북의 위상을 고려할 때 국내보다는 해외 사용자들에게 작용할 영향력이 우려된다.
■바꿀 수 있나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에게 서비스의 위치정보 표시기능에 쓰이는 지도를 바꿀 수 있는지 묻자 위치표시와 장소공유(체크인서비스)에 대해서는 오픈그래프 정책을 채택해 외부 앱 연동과 사용이 가능하다면서도 서비스에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는게 빙맵인지 여부는 본사 답변을 확인해 전달하겠다고 모호한 설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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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맵을 서비스하는 MS와 페이스북간 협력관계는 이미 긴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은 앞서 지적한대로 모바일에서 구글맵을 일부 활용하고 있을뿐, 기본 지도서비스 기능을 위해 빙맵을 도입했다. 국내 사용자들은 그 부실한 데이터 때문에 무신경한 가운데 10억명에 달하는 실사용자가 독도를 주인없는 섬으로, 동해를 일본해로 인식할 여지만 커갈 전망이다.
한편 페이스북 빙맵이 MS의 웹버전 빙맵과 지명 표기나 데이터를 완전히 일치시킨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MS와 페이스북의 지도 데이터가 별도 관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지명과 지도상의 실제 좌표값을 일치시키기 위해 체크인을 활용하는 사용자들이 직접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