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당초 올해까지 지켜보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가운데 이뤄진 깜짝 인사다.
5일 삼성 그룹은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비롯한 201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올해 삼성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 1월 전무에서 3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불과 1년 후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재임 2년동안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다가 이번에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및 재벌 개혁 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을 좀 더 지켜보지 않겠냐는 시각이 강했다. 정치권에서 화살을 겨누고 있는 마당에 굳이 무리수를 두겠냐는 이야기다.
따라서 삼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삼성 그룹이 경영 승계에 있어 더욱 속도를 내기 위한 신호탄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여전히 이 회장이 잦은 출장 등 왕성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건강 악화설이나 혹은 또 다른 이유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 3세 후계 구도 역시 이재용 부회장으로 완전히 굳어진 분위기다. 지난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장녀 이부진 사장과 차녀 이서현 부사장 등과 경쟁체제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향후 경영 승계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삼성전자 내에서 부회장의 역할은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해온 최고운영책임자을 넘어서 최고 경영진으로써 회사 내 주요 정책 및 결정을 하게 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로서 주로 해외 주요 거래선 최고 경영자들과 잦은 만남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등 협력과 조정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 CEO는 아니지만 오너 역할을 충실히 한 셈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본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은 그가 예상보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온화한 성격이어서 이러한 역할을 훌륭히 잘 소화해 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러한 이 부회장의 역할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여기에 올해 인사 명단에 DMC 부문장이 별도로 없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은 직함만 받지 않았을 뿐 사실상 DMC 부문장 역할을 포함해 보다 폭넓은 경영 참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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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재 삼성전자 대표를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사업을 아우르는 DS 부문장을 비롯해 종합기술원장직까지 새로 맡게 된 점을 볼 때 기술 개발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그려온 투톱 체제가 완성된 셈이다. 게다가 향후 권오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차기 대표를 하기에도 가장 적당한 모양새가 됐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이 회장이 주 2회 정기적으로 출근을 하고 있고 년 1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닐 정도로 일선에서 의욕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승진을 승계 가속화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