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피아트자동차 사외이사에 임명된 것을 비롯, 유럽 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삼성그룹의 자동차 부품(전장) 사업, 특히 자동차반도체칩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삼성그룹계열사 및 외국계 자동차칩 회사 관계자들은 “기존 메모리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달리 차량용 반도체는 차종마다 특화된 칩을 써야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사업에 가깝고, 배터리를 제외한 전기차용 모터나 범퍼용 소재 사업 등도 이제 시작단계”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이재용 사장의 행보는 삼성전자 자동차용 칩 사업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반도체칩 사업은 '이제막 발을 들여놓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자동차용 사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그룹 핵심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삼성 그룹 내·외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희미하게 나마 실마리가 읽힌다. 삼성전자가 자동차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온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약 5년 전에는 프랑스 팹리스 회사인 스칼레오칩에 자동차용 컨트롤러칩을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칼레오칩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칩을 한 데 묶은 통합칩(SoC)과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플랫폼 형태로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에 납품하고 있는 회사다.
따라서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사장의 유럽여러회사와의 협력을 위한 잇단 행보는 차량용 반도체에 요구하는 높은 신뢰성 테스트를 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의 적극적인 행보란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삼성은 당시 칩을 테스트 하는데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스카레오칩에도 칩을 공급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 그룹 내 계열사는 어떨까?
복수의 삼성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아직까지는 기초 및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단계라며 삼성전자가 자동차 부품 시장에 곧 진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실제로 전장 및 부품소재에 대한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제일모직 등 그룹 계열사의 준비상황은 이보다 미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삼성전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정부 주도로 ‘지능형 자동차용 반도체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었다. 1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한 이 사업은 스마트키·자동주차·배터리 센서용 칩 등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 후 두 기업은 이렇다 할 사업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 초 삼성전자가 국내 주요 내비게이션 제조사들에게 AP를 일부 공급했었으나 내비게이션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관련 사업 역시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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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이재용 사장은 “(삼성전자를)보쉬나 덴소 등 전장부품기업에게 차량용 칩을 공급하는 2차 벤더 정도로 만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본격적인 진출이 무르익은 시점은 아니지만 반도체 칩에 대한 삼성전자 의중의 일부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정확한 로드맵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자동차용 반도체칩 관련 행보가 자동차 및 부품회사, 그리고 반도체 회사들에겐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