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는 언제나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안전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해 3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밝힌 NHN을 떠난 이유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김 의장은 카카오 기자간담회장에 섰다. 카카오톡 출시 이후 카카오 사업과 관련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 새로운 패권을 쥐었지만 여전히 안전하게 정박된 배가 아니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장은 ‘모바일 빅뱅’이라는 화두로 기조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아이폰을 시작점으로 한 모바일 빅뱅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며 “혹자는 스마트폰이 PC의 축소판 혹은 전화기의 다른 모습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만, 카카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3대 키워드는 모바일, 소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생각하는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나 연결돼 있는 상태’다. 그는 “인터넷 시대 PC도 어느 정도 연결의 역할을 했지만 분명히 시공간의 한계가 있었다”며 “하지만 모바일에선 내가 가는 곳이 곧 나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했다.
‘소셜’은 페이스북과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도 페이스북이 나왔을 때 ‘페이스북이 소셜의 전부’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에게 소셜의 정의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 것은 바로 ‘애니팡’이었다. 김 의장은 “애니팡이 친구 확장 가능성을 끝없이 보여주면서 소셜에 대한 의미를 새로 썼다”며 “소셜은 페이스북이 알렸으나 모바일에서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의 가치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누구나 플랫폼을 이야기하지만, 카카오가 지향하는 플랫폼은 다르다는 포부다. 그는 “플랫폼은 ‘무엇을 만들어 팔까’가 아니라 ‘누구를 참여시키고 누구를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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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기존 앱 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익배분을 요구하기 때문에 결국 다른 플랫폼 홀더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수료가 낮다고 해도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플랫폼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톡은 사업자들이 참여했을 때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와 신뢰를 갖고 있는 플랫폼이다”는 자신감으로 맞받아쳤다.
이날 김 의장은 “3년 안에 수익을 내는 파트너사 100만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2년여 전 “모든 역량을 스마트 혁명, 다가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걸겠다”던 그가 이날 제시한 공존과 상생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