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장비업계 12년내 최악의 불황

일반입력 :2012/11/13 11:37    수정: 2012/11/13 13:21

정현정 기자

양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부활에 성공했지만 후방 업체들은 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비업계가 기대를 걸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능동형유기발광소자(AMOLED 아몰레드)신규라인(A3) 투자를 전면보류하는 등 투자 위축분위기에다 기대했던 중국시장도 터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스플레이뱅크는 디스플레이 업계 신규 설비 투자는 12년만에 최저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3일 주성엔지니어링·AP시스템·에스에프에이·에스엔유프리시젼 등 주요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에 따르면 이같은 투자 위축 분위기 속에 상당수 업체가 올해 적자로 돌아섰으며 심한 경우 전년 대비 3분의 1 토막으로 매출이 줄어든 업체까지 등장했다. 주가 역시 지난 몇 달 간 20~30%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생존차원의 인력감축 소식도 심심찮게 들린다.

3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디스플레이업체들의 실적이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플레이장비업계 부진의 최대원인은 올해 기대를 걸었던 투자 계획이 대부분 보류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 보다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내년도 투자계획 역시 불투명하다는 점이 장비업계의 부담감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형 및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검증에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양대 패널업체가 체질 개선에 나서면서 장비업체가 구조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우울한 3분기 성적표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영업손실이 13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줄어들었다. 주가 역시 하반기 들어 30% 이상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주성엔지니어링은 전 직원의 15~20% 규모로 구조조정 실시 계획을 밝혔으며 자금조달을 위한 유상증자를 실기하기도 했다.

에스엔유프리시젼도 3분기 영업손실이 48억8천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8억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9.1% 줄어들었다. 에스에프에이 주가는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4만원 선이 붕괴됐다.AP시스템은 올해 업황 부진과 투자 지연 등으로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던 가운데 최근 기술유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는 주가안정을 위해 30억원 규모의 자기 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을 결정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각각 흑자전환과 영업이익 1조클럽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회복 분위기를 연출해 대비된다.

지난 3분기 LG디스플레이는 2천5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8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같 매출액은 7조5천9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어난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최초로 7조원을 돌파했다. 주가도 연일 신고가 행진을 지속하며 시가총액이 LG전자를 제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1조900억원으로 2009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조4천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신규 스마트 제품 라인업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이 증가한데 기인했다. 양사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적극적인 수익성 위주의 생산라인을 운영한 결과다.

■디스플레이 투자 12년 만에 ‘최저’ 장비업계 구조조정기 돌입

그럼에도 신규 투자 소식은 감감한 상태다. 양사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내세운 대형 OLED 패널과 플렉서블 OLED 제품 개발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양산 검증이 늦어지는데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확실한 시장 상황 등이 겹친 탓이다. 당초 예정됐던 투자 역시 집행이 보류되면서 신규 장비 주문은 1년 반 정도 멈춰있는 상황이다.

신현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AMOLED 관련 투자는 대형 및 플렉서블 관련 투자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보다 더딘 속도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대응을 위한 플라스틱 기반 AMOLED 투자는 기술로드맵 확정이 지연되면서 관련 투자 일정도 계속 연기되고 있어서 장비업체들의 수주 모멘텀은 여전히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는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에 따라 올해 대형 패널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전면 취소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 신규 설비 투자가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도 상황도 장담하기 어렵다. 올해 장비업계에서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신규 라인(A3) 공장 가동이 전면 보류되면서 올 하반기와 내년도 투자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 역시 내년도 디스플레이 시황을 보수적으로 전망하면서 내년도 올해보다 낮은 수준의 설비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서울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내년도 투자는 4조원대 이하에서 집행할 것”이라며 “OLED를 포함해도 올해 투자 수준(4조원대 초반)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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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장비업체들은 중국 등 신규 디스플레이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는 지역으로 수출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원하는 OLED 장비의 경우 아직 시장진입 초기 단계 기술로 전방업체와의 비밀유지 계약이 얽혀있어 쉽사리 활로가 열리지 않는 상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AMOLED 관련 신규 투자가 본격적으로 수주에 반영되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라인 투자에 비해 공정 전환 투자는 장비의 규모나 발주 금액 단위가 작을 수밖에 없다”면서 “패널 업체들이 신규 투자를 늦추면서 공급 과잉 해소를 통한 패널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장비업체가 구조조정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