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삼성-LG만 흑자...경쟁국 몰락

일반입력 :2012/11/04 23:01    수정: 2012/11/06 08:45

정현정 기자

2년 이상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전세계 디스플레이업계가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한국과 비한국계 디스플레이업체로 극단적 양극화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3분기 전세계 주요 디스플레이업체 가운데 흑자를 낸 기업은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뿐이었다. 일본과 타이완에 포진한 유수의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 가운데 한국기업을 제외하고 흑자를 낸 글로벌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1일 샤프를 마지막으로 국내외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모두 발표된 가운데 한국 업체들의 '나홀로'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분기 LG디스플레이가 8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양사가 모두 흑자 시대에 접어들었고 매출 신장도 눈에 띈다.

이 같은 한국 디스플레이의 독주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사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수익성 강화를 시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세계 디스플레이 1,2위를 다투는 선발기업의 기술력, 애플이란 우량 수요처 확보(LG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최대 공급자인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수요처 확보(삼성디스플레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8분기만의 짜릿한 흑자전환

지난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는 알려졌다시피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핵심 공급자다.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의 리드타임에 맞춘 출하업체로 예상대로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 4분기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적자에 접어든 이후 만 2년 만이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하면서 상위 4개 업체들이 일제히 적자세로 돌아선 때다.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이 같은 적자기조는 지난 2년 간 이어졌다. 이를 먼저 반전시킨 것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업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3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1조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 문턱을 다시 넘어섰다.

한국 업체들은 위기 상황을 맞아 수익성이 낮은 패널 제품군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TV, 모니터, 노트북, 모바일 등 전 제품군에 걸쳐 차별화 제품 비중이 확대됐고 적극적인 수익성 위주의 생산라인 운영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디스플레이, 주도업체 위상에 모바일 호황 가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호황이 실적을 견인한 효자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스마트폰향 중소형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판매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동반해 급성장했다.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에서도 대형TV와 태블릿 등 수익성 위주의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면서 12%가 넘는 영업이익률 달성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중소형 OLED 부문의 압도적인 경쟁력과 함께 LCD 부문에서도 대형TV와 태블릿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 데 따른 결과라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과감히 정리하고 대형TV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는 등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개편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LG디스플레이 역시 FPR 3D, 고해상도 모니터, AH-IPS를 적용한 고해상도 패널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분기 최대 매출과 흑자전환을 동시에 달성했다. 올 3분기 전체 산량 중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어간다. 4분기에는 이를 60% 중후반까지 늘리면서 프리미엄 제품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4분기 실적 전망 역시 밝게 점쳐진다. 연말 전통적인 성수기에 대비해 완제품 업체들의 패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패널 제조사들의 라인 전환과 신기술 도입 등으로 패널 공급량은 보수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제품 판매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등 최근 선보인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를 바탕으로 AMOLED 패널 물량 공급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5와 아이패드미니, 아이패드4 등 애플의 신제품 대거 출시로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의 수익성은 일반 제품과 대비해 대체적으로 한 자릿수 중후반 정도의 영업이익률 차이를 보인다면서 신제품의 경우 까다로운 요구조건으로 제조공정에서 양산성 검증과 초기수율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수익성 개선에 기여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타이완과 일본 주요 디스플레이업체들 줄줄이 고배

반면 타이완과 일본 등 해외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과 대비된다.

세계 3위 업체인 치메이이노룩스(CMI)는 CMI는 3분기 매출이 1천296억타이완달러(한화 약 4조8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22억1천만타이완달러(한화 약 820억원)를 기록했다. 4위 업체인 타이완 AU옵트로닉스(AUO) 역시 3분기 손실액이 91억5천만 타이완달러(한화 약 3천45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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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성을 이어가던 일본 업체들의 몰락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샤프는 올해 손실 전망을 두 배 가량 확대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전망했다. 샤프는 1일 내년 3월 마감하는 2012 회계연도의 연결 순손실이 사상 최대 수준인 4천5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샤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상위 4개 업체들의 적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분기와 3분기 영업흑자를 냈지만 이후 큰 폭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샤프는 이날 실적과 함께 발표한 성명서에서 계속 기업을 운영하는 데 대해 중요한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다고 밝혀 사업 존립 기반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