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이 없어서일까, 기술유출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불황우려 속에서 중량감 떨어지는 행사를 제끼고 신년 초 행사에 대비하기 위해서일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미국의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와 함께 세계양대 디스플레이전시회로 꼽혀온 일본 ‘평판디스플레이(FPD)인터내셔널’전시회에 나란히 불참하기로 했다.
29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오는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개최되는 올해 일본 ‘평판디스플레이(FPD)인터내셔널’ 전시회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매년 FPD인터내셔널에 참가해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경쟁적으로 선보여 왔던 터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사의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양산이 지연되는 상황에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추락으로 전시회 자체의 중량감도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두 업체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2위를 놓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994년부터 꾸준히 참가해 왔기에 이번 불참은 이채를 띨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FPD인터내셔널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SDI,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꾸준히 참가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왔고 LG디스플레이도 전신인 LG필립스LCD 시절인 2002년부터 지난 해까지 FPD인터내셔널에 주요 업체로 참가해 왔기에 이번 행사 불참은 어쩌면 이번 행사의 최대 관심거리일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제품 부재가 FPD 인터내셔널 불참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과 LG는 연내 대형 55인치 OLED TV용 패널 대량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기술 어려움으로 일정이 지연되는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중소형 플렉서블 OLED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중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 전시회(IMID)와 동일한 제품을 전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리는 미국소비자가전전시회(CES) 준비도 계산에 깔렸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시회에 출품할 신제품이 딱히 없는데다 시기적으로도 국내 IMID와 내년 초 CES가 맞물려 있어 전시회에 똑같은 제품을 들고 나가는 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불참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기술유출에 대한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OLED 양산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곳이 국내 기업들 뿐인데다 일본을 비롯해 중국과 타이완의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들이 OLED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보보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전시회 참가의 주목적이 고객들을 만나고 신기술 정보를 얻는데 있지만 일본 전시회의 경우 이 같은 의미가 변했다”면서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예전에는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보를 얻는 루트가 많아졌고 보안의 문제도 있어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축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전시회 자체의 중량감 떨어졌다는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부품 분야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된 근래에는 일본 고객사와 만남에 대한 유인이 줄어들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FPD인터내셔널은 미국 SID(Society of Information Display)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전시회였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삼성SDI·LG전자 등 전 세계 유수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신기술을 선보이며 최신 트렌드를 살필 수 있는 기회로 해마다 많은 뉴스거리가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2007년을 전후로 국내 IMID가 세계 3대 디스플레이 전시회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중국와 타이완도 2006년과 2007년부터 자체적으로 디스플레이 전시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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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대규모 전자 전시회 등이 열리는 데다 주요 디스플레이 제조국이 자국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FPD인터내셔널은 볼거리가 없는 행사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IT 경기침체에도 성황을 이루던 FPD인터내셔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 대지진 등 악재에 LCD 불황 여파가 겹치면서 일본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가 불참을 결정했고 참관객도 많이 줄었다.
한편 올해 FPD인터내셔널은 니케이BP 주최로 31일부터 사흘 간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퍼시피코 요코하마에서 열린다. 샤프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불참을 결정했다. 올해는 재팬디스플레이가 주요 전시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