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보조금 딜레마…마케팅비↑가입자↓

일반입력 :2012/11/06 15:36    수정: 2012/11/06 16:47

정윤희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 딜레마에 빠졌다. LTE 가입자 뺏기 경쟁으로 마케팅비는 늘어났는데, 정작 가입자 순증치는 기대에 못 미친다. 가입자 유치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6일 마무리된 이통3사의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는 가입자당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은 늘어났으나, 오히려 가입자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유일하게 가입자 수가 늘었으나 마케팅비 증가 탓에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가입자 순증 시장이 줄어들면서 이통3사간 보조금 전쟁은 더욱 격화됐지만, 실적에 미치는 악영향 또한 커졌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까지 과도한 출혈 경쟁을 단속하고 나서면서 보조금 투입에 대한 부담이 더해졌다.

앞서 국정감사에서는 이통3사가 가입자 1명 순증에 평균 547만원 지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은 “왔다갔다하는 가입자 없이 순수하게 늘어난 가입자 1명을 위해서 이통3사 평균 547만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전체 통신시장의 신뢰가 붕괴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보조금 ‘펑펑’ 가입자 ‘썰물’…악순환

SK텔레콤은 3분기 마케팅비가 1조원을 넘어섰다. 구체적으로는 1조3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2%, 전 분기 대비 7% 늘어났다.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율 역시 33.4%p로 전년 동기 대비 9.0%p, 전 분기 대비 2.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조가 넘는 마케팅비용을 쏟아 부었으나 가입자는 줄었다. SK텔레콤은 7월 1만2천527명의 가입자가 순증했으나, 8월 5만2천35명, 9월 4천683명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3분기에만 4만4천191명이 감소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에도 1조원에 가까운 960억원을 투입했으나 약 10만명의 가입자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KT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KT는 3분기 마케팅비로 총 7천340억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68.7%, 전 분기 대비 24.6% 늘어난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만 총 8만1천889명의 가입자를 경쟁사에 뺏겼다. 8월 9천910명이 순증하며 애를 썼지만, 7월과 9월동안 각각 7만2천163명, 1만9천636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갔다.

LG유플러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가입자는 늘었으나 악화된 실적이 뼈아프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유치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영업손실 61억원, 당기순손실 384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적자다.

LG유플러스는 3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4천997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1%, 전 분기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동안 가입자 순증수는 11만3천388명에 달했다.

이인찬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순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국인이나 휴대폰을 처음 쓰는 사람, 태블릿PC, 세컨드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라며 “최근 구조적으로 순증 시장 자체가 상당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은 이동통신재판매(MVNO)로 빠지고, 휴대폰을 처음 쓰는 사람은 저출산으로 감소했고, 태블릿PC는 LTE 스마트폰에 대체되고 있으며 세컨드 휴대폰은 스마트폰 확산 등으로 수요가 점차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경쟁보다 ‘가치 경쟁’ 지향해야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4분기 들어서면서 방통위의 시장 조사를 계기로 보조금 경쟁은 잦아들었으나, 고객들의 소비 심리 또한 같이 위축됐다. 이통사로서는 4분기 실적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55만494건(자사 번호이동 미포함)을 기록해 전월 대비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0년 4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투입을 줄이기 위한 카드로 약정할인반환금(새 위약금, 위약3) 제도 도입을 꺼내들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미지수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국회 문방위 전병헌 의원(민주통합당)까지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최근 이통사의 위약금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이달 1일부터 새 위약금 제도를 도입했으며, KT는 내달 1일, LG유플러스는 12월~1월경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상태다. 해당 제도는 이용자가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을 경우 약정에 따른 할인 요금의 일부, 혹은 전액을 이통사에 돌려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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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통3사가 과도한 마케팅 싸움에 기반한 ‘가입자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 ‘가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통사들이 가치 경영을 통한 기존 가입자들의 ‘기기 변경 없는’ 가입기간 연장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통사의 근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틀러스리서치는 “현재 국내 이통사들은 일본과 미국 시장에 비해 3배가 넘는 해지율을 기록 중”이라며 “이는 ‘해지하고 새로운 단말 보조금을 받는 것이 이익’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