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햇 CEO, 독점SW의 쓸모를 인정하다

일반입력 :2012/10/17 11:15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가 만능은 아니라고 레드햇 최고경영자(CEO)가 인정했다. 상용화된 독점SW가 확산된 영역에선 오픈소스가 대체가능성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독점SW업체 시만텍과의 협력도 그런 판단에서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짐 화이트허스트 레드햇 CEO는 새로운 문제에 대응해 형성된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충분한 규모를 갖출 경우 혁신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도 전통적 SW가 자리잡은 카테고리에선 그만한 규모의 (오픈소스) 커뮤니티가 존재하지 않아 파급력이 큰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하루 앞서 알려진 레드햇과 시만텍간 기술협력 취지를 설명하며 답한 것이다. 협력은 레드햇의 오픈소스 운영체제(OS) 리눅스와 시만텍의 독점SW인 스토리지, 클러스터 기술을 결합해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안정성과 운영효율을 높여준단 얘길 뼈대로 한다.

이미 레드햇도 클라우드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구축 기술을 갖췄다. OS, 미들웨어, 하이퍼바이저, 서비스형인프라(I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퍼블릭과 프라이빗을 아우르는 클라우드 관리도구, 그 인프라를 위한 스토리지 솔루션을 포함한다.

또 업계서 양사 협력구도는 보기 드문 그림이다. 레드햇은 주로 오픈스택같은 신생 오픈소스커뮤니티를 지원해왔다. 독점SW를 제공하는 IBM, VM웨어, 오라클과 추진해온 협력 내용도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기술에 관련된 공조가 주를 이뤘다.

즉 레드햇은 오픈소스 스토리지솔루션을 제공할 능력이 있지만 전통적인 클러스터 기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는 시만텍의 독점SW를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얘기다. 화이트허스트 CEO의 표현에 따르면 커뮤니티에서 오라클DB를 대체할 오픈소스 SQL DB 개발 움직임이 크지 않다 할 만큼 기존 시장에 자리잡은 SW를 걷어낼만한 사례가 드물기도 하다.

화이트허스트 CEO는 전통적인 트랜잭션(OLTP) 환경의 클러스터링 영역에선 고객사들이 이미 '미션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는 중이고, 기존 (독점SW) 업체들이 그 시장에서 입증된 솔루션을 갖췄다고 본다며 레드햇은 '100% 오픈소스 회사'고 클러스터(환경을 위한 스토리지) 솔루션도 갖고 있지만,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지원하기 위해 시만텍과 협력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드햇이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지원한다'는 말을 달리 쓰자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자리를 튼다'고 표현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전통적인 시장에 먼저 레드햇 OS를 제공하고, 향후 거기서 확장될 인프라에 미들웨어나 가상화 관리 등 다른 오픈소스 솔루션을 공급하려는 포석으로 추정된다.

다만 화이트허스트 CEO는 오픈소스의 역할이 일정한 분류로 고착된 전통적 SW영역에서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점SW업체가 빅데이터 관련 대응에서 혁신을 이루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오픈소스는 새로운 문제 해결에 최적 모델이고 기업들이 향후 당면할 과제들은 주로 커뮤니티에서 개발된 혁신적 방법을 통해 풀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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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화이트허스트 CEO의 발언은 2년전 미국 뉴욕 '인터롭' 컨퍼런스에서 독점SW모델에 대해 30년째 생산성이 제자리고 버그 비율도 그대로라며 비즈니스모델이 파괴됐다고 맹공을 퍼부은 것에 비하면 다소 조심스러워진 모습이다.

한편 일각에선 그가 3년만에 2번째로 한국을 찾았으면서 향후 투자계획이나 목표 실적을 구체화된 지표로 제시하지 않았기에 세계 최대 오픈소스 기업 수장으로서 성의가 없거나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