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 미니’ 내놓는 진짜 이유는?

일반입력 :2012/10/09 12:03    수정: 2012/10/10 08:34

봉성창 기자

아이폰5 공개를 앞두고 보안에 실패한 애플이 이번에는 7.85인치 태블릿 ‘아이패드 미니(가칭)’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 9.7인치 아이패드로 태블릿 시장을 개척한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탭이나 아마존 킨들, 구글 넥서스7을 따라한다는 인상을 주는 7인치대 제품을 과연 낼 것인가에 전세계 관심이 모아졌다.

아직까지 애플이 공식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예측은 힘들지만 일단 출시 가능성은 현재까지 확정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높다. 단순히 만들고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부품 주문 규모와 구체적인 공개 시기, 미디어 초청 시점까지 언급됐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는 언제나 그만한 이유와 숨은 전략이 있다. 단순히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넓힌다는 식의 밥 먹으면 배부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공을 들여 적은 종류의 제품만 내놓고 이를 대량 생산에 원가를 낮추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애플이 그동안 추구해온 일관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 제품은 대부분이 밀리언 혹은 텐밀리언 셀러다. 아이패드 미니 역시 1천만대 규모의 부품 주문이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애플은 한 손 태블릿을 원했다

애플은 왜 9.7인치 크기의 아이패드 대신 7인치대 제품을 투입하려 할까? 그 이유는 바로 태블릿 시장이 이제 어느 정도 성숙됐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0년 4월 아이패드가 최초로 발표된 지 이제 약 2년 6개월 가량이 흘렀고 태블릿 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태블릿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대강 감을 잡았다는 판단이다.

9.7인치 아이패드는 애플이 추구하는 태블릿 전략에 있어서 모자름이 없지만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들고 다니면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휴대는 간편하지만 정작 사용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딘가에 앉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패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아이패드를 무기로 따지면 '투핸디드 소드(Two-handed Sword)‘다.

반면 아이폰은 휴대성은 뛰어나지만 요즘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작다. 무기로 보면 ‘숏소드(Short Sword)’다. 가볍고 편리하지만 부족한 측면이 적잖다. 아이폰은 휴대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했다.

결국 애플은 지금이야 말로 한 손으로 쓸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공격력을 가지는 한손검이 필요한 시점으로 봤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가능하도록 허리에 찰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들고 다니면서 쓸 수 있도록 한 손에 들 수 있는 제품이 바로 ‘아이패드 미니’다.

■킨들 대항마 아닌 휴대용 애플TV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는 것이 오래 전부터 제품 로드맵에 있었던 아니건 간에 경쟁사들의 7인치 제품을 뒤 늦게 따라한다는 인상은 결코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애플은 억울하거나 혹은 이러한 인상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자책의 대명사인 아마존 킨들과 직접적인 경쟁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아이패드 미니를 전자책으로 포지셔닝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전자책과 같이 앉거나 누워서 즐기는 콘텐츠는 9.7인치 아이패드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애플이 제시할 아이패드 미니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 및 힌트를 취합해보면 이렇다. 첫째, 아이패드 미니 운영체제는 iOS6가 채택될 가능성이 99.9%이고 이는 화면만 작아진 아이패드 혹은 화면이 커진 아이폰을 의미한다. 둘째, 들고 다니면서 한 손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셋째, 애플은 아이폰4 이후 아이폰4S, 새 아이패드, 아이폰5에 이르기까지 모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이를 종합하면 아이패드 미니는 결국 작아진 애플TV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이다.

따라서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애플은 동영상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강화할 전망이다. 이미 동영상 학습 서비스인 아이튠즈U를 비롯해 애플이 동영상 콘텐츠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그동안 줄곧 이어져왔다. 아이패드 미니는 내년 혹은 그 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갖춘 애플TV의 징검다리 역할이 되는 셈이다.

비단 휴대용 애플TV 뿐만 아니라 휴대용 게임기에 있어서도 아이패드 미니는 높은 잠재력을 보여준다. 애플 앱스토어의 수많은 게임은 아이폰으로 하기에는 화면이 작고 아이패드를 들고 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아이패드 미니가 휴대용 게임기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아이패드 미니 예상 가격과 스펙은?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수많은 예상 중 하나가 애플이 드디어 저가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저가 태블릿을 대표하는 가격은 199달러다. 구글 넥서스7과 킨들 파이어의 가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애플은 아이패드2 16GB의 가격을 399달러로 인하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을 이보다 더 저렴하게 책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애플이 8GB 와이파이 모델을 내놓는다고 가정할 때 양보할 수 있는 최저 가격이 299달러다. 만약 3G나 LTE가 포함된다면 가격은 더욱 올라간다. 따라서 아이패드 미니를 단순히 저가 태블릿 시장 공략용으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해상도는 동영상 재생에 최적화된 16대 9를 채택할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아이폰5에서 16대 9 화면으로도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기존 아이패드 앱 과의 호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5의 해상도가 1136x640로 어정쩡한 것도 같은 이유다. 게다가 7인치 화면에 뉴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2048×1536 해상도를 구현하기는 아직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생각해볼 수 있는 해상도는 아이패드2와 마찬가지로 1024x768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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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으로 들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게 역시 400g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시리즈 중 가장 가벼운 아이패드2의 무게는 601g, 넥서스7은 340g이다. 이밖에 애플이 최근 수년 간 공을 들인 아이사이트 카메라 역시 새 아이패드와 마찬가지로 500만 화소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니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태블릿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는 기존 경쟁사의 7인치 제품은 물론 애플의 9.7인치 아이패드 판매량마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가장 큰 화면 크기인 7.85인치 아이패드 미니는 갤럭시노트2, 베가R3 등 급성장하고 있는 5인치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애플의 대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