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로 당당했던 오라클, 스팍 T5는 어디에?

일반입력 :2012/10/08 14:07    수정: 2012/10/08 14:14

오라클이 유닉스 프로세서인 스팍 T5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매년 프로세서 출시에 힘을 줬던 오라클의 태도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라클은 지난달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린 연례 컨퍼런스 '오라클 오픈월드 2012'에서 스팍 T5 프로세서 출시에 대한 정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행사를 종료했다. 프로세서와 제품 출시에 대한 소식 없이 엑사데이터, 엑사로직, 엑사리틱스 등 엔지니어드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만 발표됐을 뿐이다.

당초 업계는 오라클이 올해 오픈월드에서 스팍 T5를 공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업데이트된 이 회사의 스팍 프로세서 로드맵에 따르면, T5는 올해 테스트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그간 오라클이 스팍 프로세서를 출시하면서 걸었던 마케팅 전례도 이런 예상에 근거로 작용했다.

오라클은 2년 전 '오픈월드2010'에서 T4 프로세서 테스트를 알리며 1년 뒤 출시를 약속했다. 1년 뒤 오라클은 ‘핫칩스23’에서 T4를 소개하고, 이어진 '오픈월드2011'에서 T4 서버 제품을 발표했다.

지난 8월말 열린 '핫칩스24'에서 16코어 스팍 T5 프로세서를 일부 공개했다. '핫칩스 소개 후 오픈월드 전면공개'란 순서가 반복된다면 올해 스팍 T5 출시 혹은 공개를 예상하는 게 당연했다.

'핫칩스24'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스팍 T5는 16코어 프로세서로 28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했다. CPU 클럭속도는 T4의 3GHz에서 3.6GHz로 늘어나 더 빨라졌다. T5는 클러스터링 가속을 위한 기능과, 가속기 유닛에 암호화 방식을 포함시켰으며, 무작위 번호생성 기능을 추가했다.

■오라클, 스팍 프로세서 언급 자제

지난 3일 존 파울러 오라클 하드웨어사업부 부사장은 오픈월드2012 기조연설에서 T5 출시시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엔지니어드 시스템, 클라우드, 스토리지, x86서버 등에 대한 설명 후 현재 오라클 R&D센터에서 T5와 M4, M5 프로세서를 테스트중이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T5와 마찬가지로 M4 프로세서에 대한 언급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라클 스팍 프로세서는 T시리즈와 M시리즈 두 종류로 나뉜다. T시리즈가 오라클 책임 하에 개발되는 것과 달리 M시리즈 하드웨어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시절부터 공동개발사였던 후지쯔 책임 하에 개발된다.

후지쯔는 올해 오픈월드에서 스팍64 X를 탑재한 아테나 시스템이란 제품을 내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팍64X가 M4로 불릴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세서다. 그러나 래리 엘리슨 회장, 마크 허드 사장, 존 파울러 부사장 어느 누구도 아테나 시스템 판매계획이나 M시리즈 계획을 언급하지 않았다.

존 파울러 부사장의 연설 당시 프리젠테이션 자료에 등장한 스팍 T시리즈 로드맵은 T5 프로세서의 출시시점을 대략 내년 1분기 즈음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M시리즈 로드맵은 나타나지 않았다.

■T4 생명력 여전, '오스본 효과' 회피

지난 2년동안 새로운 유닉스 프로세서에 한껏 목소리를 높였던 모습과 비교하면 극명한 온도차다.

일단 작년 출시한 T4 제품군의 생명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작년 10월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오라클 T4 서버 제품군은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며 선전중이다.

존 파울러 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T4가 썬 시절까지 포함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팍 서버를 이용한 가상화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시스템 효율성을 달성한 미국 고객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마크 허드 오라클 공동사장은 2주전 회계연도2013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T4 서버가 두자릿수 매출성장을 기록했고, 두자릿수 성장이 회계연도 2013년 매분기마다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라클로선 T4 제품군의 성장세를 뒤로 하고 굳이 차세대 제품을 서둘러 내놓을 필요는 없다. 섯부른 신제품 출시 예고로 현재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오스본 효과'를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오라클의 사업과 T4구매 고객의 투자보호를 위해선 하드웨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SW 업데이트가 안전한 선택이다. 실제로 오라클은 오픈월드2012 이후 운영체제(OS)를 솔라리스11.1 버전으로 업데이트해 T4 제품의 성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W 업데이트와 함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사로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R&D와 로드맵 투자에 대한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IBM, 후지쯔, 인텔, AMD 등은 로드맵을 수시로 수정하면서, 고객을 향해 신제품 개발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라클 역시 올해 행사에서 스팍 개발 지속의지를 다시 한번 표현했다. 파울러 부사장은 스팍 T시리즈가 세대가 바뀔 때마다 2배씩 성능을 업그레이드한다고 강조했다. IBM 파워나 인텔 x86 프로세서는 세대마다 30~50%의 성능 개선밖에 보이지 못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파울러 부사장은 “우리는 매번 2배씩 칩의 성능을 올리는 것을 ‘래리의 법칙(Larry's Law)’이라고 농담삼아 부른다”고 말했다.

■세계 유일의 솔루션 통합 개발 역량가진 회사

오라클은 프로세서에 줬던 힘을 빼면서, 기존의 엔지니어드 시스템 전략을 더욱 강조했다. 파울러 부사장은 “스팍 프로세서 개발에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웹로직, 퓨전애플리케이션 개발 조직이 함께 참여한다”라며 “DB같은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높여주는 기능을 시스템온칩(SoC)으로 탑재해 어떤 회사보다 강력한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라클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프로세서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인프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긴밀하게 통합하는 역량으로 진정한 성능 개선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경쟁 서버업체들이 CPU를 부각시키기보다 전체 성능을 더 강조하려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이런 오라클 측 입장과 별개로, 내년도 프로세서 출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사라진 점은 고객에 다소의 혼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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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은 2009년 썬 인수 후 업계에 불었던 스팍 단종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2010년 스팍 5개년 로드맵을 당당하게 발표했다. 이은 지난해엔 약속한 시점에 스팍 T4를 출시했다. 이와 함께 로드맵을 수정해 신제품 개발이 순조로울 뿐 아니라 더 빠른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행사에서 스팍 프로세서에 대한 언급이 사라진 것은 각종 의혹을 다시 일으킨다. 스팍 T시리즈를 생산하는 타이완의 팹리스업체 TSMC가 28나노미터 공정 적용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벌써 제기되고 있다. 오라클의 좀 더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