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살짝 떼어낸 탄소나노물질인 그래핀의 탄성률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2배 이상 크다는 사실(강철의 120배)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강하면서도 가벼운 복합소재 개발에 가능성이 열렸다.
2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서강대 정현식 교수(49세)가 주도하고 이재웅 석사과정생(제1저자), 윤두희 박사가 참여한 연구결과가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나노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나노레터’ 9월호(9월 12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은 가장 대표적인 복합소재 항공기, 고속철도, 선박뿐만 아니라 테니스 라켓, 골프채 등 스포츠용품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탄소원자 단일층의 벌집구조로 이뤄진 그래핀은 2004년 영국의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가 발견한 이래 전도성과 전하이동도가 높고 결합력이 강해 향후 응용 가능성이 많아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다.
외부의 힘에 의해 쉽게 변형되지 않는 강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성률이 큰 물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래핀은 다이아몬드와 함께 가장 큰 탄성률을 가진 물질로 강철이나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보다 약 50배 큰 값(약 1 테라파스칼)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을 풍선처럼 부풀려 늘어난 정도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그래핀의 탄성률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배 이상 큰 2.4 테라파스칼(TPa)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정 교수팀은 실리콘 기판에 둥근 우물 모양의 구멍을 판 후 그래핀으로 구멍을 덮어 측정에 필요한 시료를 만들었다. 이 시료를 진공상태의 구멍에 넣으면 우물 안에 갇힌 공기의 압력에 의해 그래핀이 늘어나면서 부풀어 올라 풍선모양이 된다. 이 때 탄성률이 크면 클수록 덜 부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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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측정법(라만분광법)을 이용해 그래핀의 늘어난 정도를 정밀히 측정하고 이 측정값을 수치해석과 비교해 그래핀 탄성률의 정확한 값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정 교수는 “그래핀의 탄성률이 정확하게 측정됨에 따라 그래핀 복합소재를 이용한 구조물을 설계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이용해 항공기, 고속철도 등의 연료효율이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