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그래도 간다.”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 주말경 LTE 스마트폰 보조금을 또 대폭 올렸다. 보조금 경쟁 과열로 여론 뭇매를 맞은 지 며칠 만에 나온 막무가내 전략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3’와 LG전자 ‘옵티머스LTE2’ 등 출고가 80만원대 제품들의 실 구매가가 약정 조건에 몇 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너무 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객은 물론, 판매 직원들 간에도 거세다.
■지난주 금·토, 보조금 폭탄 투하
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7일부터 ‘갤럭시S3’ 보조금을 80~90만원 규모로 올렸다. 이를 적용하면 출고가 80만원대 ‘갤럭시S3’도 이른바 ‘약정 공짜폰’이 된다.
다른 스마트폰 보조금도 천정부지 치솟았다. ‘갤럭시노트(5.3인치)’는 73만원, ‘옵티머스LTE2’ 80만원, 팬택 ‘베가레이서2’는 90만원에 달한다. 지난 달 대비 약 두배 오른 규모다. 온라인 판매점은 보조금 오름세가 오프라인 대비 더 심하다.
판매원이 본인 몫의 수수료를 아예 포기할 경우 대부분 기기 값에 달하는 보조금을 고객에 제공 가능하다. 직영점의 경우 가입자를 뺏어오라는 본사 압박이 워낙 심해 본인 몫 챙기기는커녕, 사비로 몇 만원 더 고객에게 얹어주는 게 허다하다. 이에 맞서려니 개인 판매자들도 보조금을 아끼기 어렵다.
서울 소재 한 KT 대리점 직원은 “과거 공짜폰 마케팅이 유행할 때에도 이렇게 보조금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며 “본사에서 보조금 공지가 내려오면 직원들이 더 놀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도 바로 맞불작전에 나섰다. 지난 주 토요일(8일) 전국 지점에 새로운 보조금 공지를 보냈다. KT와 비슷한 규모 금액이다.
예컨대 ‘갤럭시노트’를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하며 구입 시 지난달 초까지 기기 값 70만원을 내야했다. 이 금액은 지난달 말 40만원으로 뚝 떨어지더니 현재는 20만원까지 폭락했다.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추가 할인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많게는 기기 값이 20만원 정도 더 내려간다. 요즘 인기리에 팔리는 모 스마트폰의 기기 값을 받지 않고, 오히려 몇 만원 고객에게 쥐어주는 대리점도 나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달 초 이통3사 보조금이 조금 축소되며 시장이 쿨다운 되는 분위기였지만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며 “이통3사의 갤럭시노트, 옵티머스LTE2, 갤럭시S3의 보조금이 모두 9월 초와 비교해 10만원 정도 올라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 탓’ 공방에 고객은 분통
KT와 LG유플러스는 서로 ‘네 탓’이라며 설전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상대방이 먼저 보조금을 뿌렸다고 주장하는데, 지난달 중순 경 비슷한 시간에 전략을 바꿨음이 확인됐다. (본지 2012.8.30일자 LGU+? KT? 보조금 전쟁 부활 서로 네 탓 참조)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을 촉발하지 않았다”며 강력 부인하면서도 “보조금 규모는 시시각각 변하는 것으로 시기별로 자르는 것은 의미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금은 단순히 LTE 가입자를 따라 잡겠다고 해서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 단말기 재고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해 결정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KT가 보조금 과열 경쟁을 유발한 것이 맞다고 날을 세웠다. 현재 보조금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KT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달 초 우리와 SK텔레콤은 보조금을 많이 줄였었지만 KT는 관망하면서 조금씩 움직였다”며 “이미 보조금을 가장 많이 책정한 KT가 다시 한번 치고 올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똥은 SK텔레콤에도 튀었다. 보조금을 뿌리지 않고서는 고객 이탈을 막기가 어렵다. 며칠 간격으로 보조금을 올려 KT와 LG유플러스 수준을 맞췄다.
한국통신사업자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은 가입자 4만8천189명을 빼앗겼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만2찬660명, 3만5천529명을 늘렸다. LTE 스마트폰을 비쌀 때 산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100만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구입한 최신 기종이 ‘싸구려’가 된 것이다. 이를 항의하는 고객 난동 때문에 지난달 대구서는 휴대폰 매장에 경찰관이 출동하는 등 당황스러운 일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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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판매원들은 본사의 정책변화라는 것 이외에는 고객 항의에 딱히 답할 말이 없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고객 항의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수뇌부가 연말까지 LTE 가입자 수 목표를 달성하라는 특명을 반복해 내리고 있다”며 “유통 현장서는 지나간 고객 배려까지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