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 패셔니스타로 변신한 까닭은?

일반입력 :2012/09/04 11:47    수정: 2012/09/04 12:42

남혜현 기자

회색 체크무늬 정장을 입은 윤부근 사장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몸에 잘 달라붙는 정장 위에 고동색 신발과 넥타이, 안경으로 포인트를 줬다. 젊은사람들이 쓰는 말로 '깔맞춤'이다. 안경테도 의상과 맞추셨나요?라고 묻자 그런가요하며 웃었다.

앞서 같은날 오전에 열린 전 세계 미디어를 상대로 한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윤 사장은 베이지색 바지에 짙은색 상의를 입었다. 깔끔한 의상은 화려한 무대를 의식한 선택인 듯 했다. 그가 무대에서 한 손을 뻗어 움직이니 뒷편 디스플레이엔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졌다.

지난 3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2012'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CE) 담당 사장의 의상이 화제였다. 프레스컨퍼런스와 기자간담회, 부스투어에서 모두 다른 의상을 선보였다. 행사 성격과 동석한 이들에 맞춘 의상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도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CEO에게 의상은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검정 터틀넥에 청바지, 운동화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잡스의 '단순(simple)'한 의상은 애플 디자인 특징인 '간결함(minimalism)'을 연상케했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문화가 그의 의상으로 대변되는 듯 했다.

반대로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명품 정장을 입고 남성 잡지 모델로 선다. 아이언맨2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대중 앞에 나서길 즐긴다. 취미 삼아 요트 경기를 열고, 명품으로 치장한 그는 오라클 그룹 이미지로 투영된다. CEO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업 마케팅으로 연결되는 사례다.

윤 사장도 올해 초 생활가전을 맡으며 부쩍 패션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여성들이 관심 갖는 생활가전을 맡은 만큼, 제품을 소개하는 사장도 패셔너블해져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IFA 간담회서 기자들에 생활가전을 맡고 보니깐, 나부터 패션에 신경 쓰게 되더라라며 생활가전은 주부들이 많이 쓰는 제품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체중도 5kg이나 줄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운동하는 습관도 들였다 한국과 7시간 시차가 나는 독일에서도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한시간씩 운동했다. 그 좋아하던 술도 줄였다. 그는 앞으로 1.5kg은 더 줄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그가 패션에 관심 갖는 이유는 다름 아닌 기업 이미지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TV로 7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차지했지만, 생활가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유럽 경기 침체,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 시장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하루종일 집안에 들여놓는 생활가전에서 차별화된 디자인은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첫번째 관문이다.

윤 사장은 연말경 자신이 생활가전을 담당한 후 개발한 '윤부근표 가전' 제품군을 전면 공개할 방침이다. 기존 생활가전보다 디자인과 기술력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윤 사장의 달라진 패션 만큼, 제품 디자인도 얼마나 좋아졌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