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한국 벤처에 눈독 들이는 까닭은?

수드히 쿠팜 인텔캐피탈 아태지역 운영이사

일반입력 :2012/08/22 09:08    수정: 2012/08/29 10:56

남혜현 기자

한국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성공가도'에 있다. 기술 혁신을 잘하며, 제품 개발도 성공한다. 그런데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판매하고 알리는 능력은 부족하다. 인텔캐피탈이 도움을 줄 수 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수드히 쿠팜 인텔캐피탈 아태지역 운영이사를 만났다. 한국을 비롯, 아시아를 돌며 싹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수 대상 업체를 찾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쿠팜은 지난 3월 처음 서울을 찾았다. 한 달 후 인텔은 국내 벤처기업 '올라웍스'를 인수했다. 올라웍스는 '스캔서치'란 스마트폰 증강현실(AR)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세를 탄 벤처다.

올라웍스에 쏟아진 업계 관심은 컸다. 인텔이 올라웍스 인수로 그리는 그림도 궁금해 했다. 쿠팜은 인텔과 올라웍스의 합작품이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서 열리는 'MWC'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 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이 기업이 가진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지 최상의 해법(best solution)을 찾는 것이 고민이다. 올라웍스 인수로 어떤 장점을 취할 수 있는지는 제품을 통해 말하겠다. 시간은 좀 걸릴 텐데, 내년 바르셀로나 MWC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투자를 위해 인텔캐피탈의 문을 두드리는 스타트업도 크게 늘었다. 그는 자난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서 1천개 벤처기업을 만났고 스무곳에 투자했다. 이 중 한 곳이 한국기업이다.

쿠팜을 비롯한 인텔캐피탈 직원들은 쏟아지는 투자 문의에 우선 순위를 둔다. 그에 따르면, 인텔의 투자 우선 순위는 '울트라북, 스마트폰, 태블릿, 서비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순이다.

현재 인텔이 어떤 사업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예컨대 울트라북을 얇고 가볍게 만들며 배터리 시간을 24시간 이상으로 늘려주는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 대상 1위라는 소리다.

터치스크린, 배터리 등 울트라북을 개선하는 기술엔 돈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스마트폰도 중요하다. 한국은 이 분야에 유명한 기업이 있다. 소셜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교육 등 콘텐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도 관심사다.

그의 말을 잘 살피면 인텔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인텔은 아직 칩셋을 팔아 가장 큰 이문을 남기지만, 이 외 보안과 클라우드, 콘텐츠 서비스 등 사업 다각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보안업체인 맥아피, 무선통신기술을 보유한 인피니언을 인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인텔은 그간 스마트폰이란 태블릿 등 무선 기기에 탑재되는 칩셋을 4억개 가량 판매했다. 향후 칩생산 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도 많아질 것이다. 사용자들이 울트라북이나 스마트폰 등, 기기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드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터뷰 동안 그는 책상에 두 대의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있었다. 하나는 인텔이 투자를 단행했던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였고, 또 하나는 인텔칩이 사용된 안드로이드폰이었다. 그는 이 '인텔 인사이드폰'을 인도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 로밍폰으로 사용한다 했다. 매일 다른 나라서 여러 기업을 만나는 만큼, 스마트폰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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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팜은 다음달부터 매월 한 차례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그만큼 우리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다. 올라웍스는 투자제안서를 직접 들고 인텔캐피탈을 찾아온 사례였다. 한국서 그는 찾아오는 기업들을 만나고, 또 직접 찾아가기도 할 계획이다.

나를 비롯한 우리 팀은 생태계에 흥미가 있다. 다양한 유형의 벤처가 한국에 있는데, 이 기업가들이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혁신 정신을 키워줘야 한다. 인텔캐피탈은 그 부분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