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소송, 갈수록 흥미진진

일반입력 :2012/07/25 20:24    수정: 2012/07/26 08:14

남혜현 기자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을 둘러싼 삼성가 재산 분쟁 소송서 '상속재산 분할협의서'가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2부(서창원 부장판사)서 열린 3차 공판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은 이건희 회장 측이 주장하는 차명주식을 포괄한 상속재산 분할협의서가 공증, 서명, 작성일자가 없는 등 불완전하다고 주장했다.

쟁점이 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는 지난 1989년 선대회장의 '실명' 상속재산에 대해 등기절차 등의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다.

이건희 회장 측은 협의서는 선대회장의 유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다른 자녀들에 생전분재된 재산 이외의 나머지 삼성그룹 주요계열사 주식 전부를 피고 이건희가 단독상속하는 것으로 정했다며 분할협의서는 각 상속인들이 개별적으로 내용을 확인한 후 날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맹희 씨 측은 이건희 회장 측의 주장은 선대회장의 유지와 모순된다고 반박했다. 형제간에 재산을 분할한다는 뜻과는 다르게 제일합섬, 전주제지 지분에 이건희 회장의 몫이 크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울러 형제간 감정의 골을 생각할 때,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았다면 이맹희 씨 측이 이같은 문건에 쉽게 합의할리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때문에 이맹희 씨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 문건의 용도는 상속세 신고납부 및 재단출연 용도로 추정했다.

이날 양측은 상속재산으로 남겨진 차명주식의 동일성을 놓고서도 공방을 벌였다. 상속재산의 동일성 여부는 이번 재판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이번 소송은 원고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측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선대 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차명주식을 은닉, 독식했다고 주장하면서 벌어졌다. 때문에 문제가 되는 차명 주식이 이건희 회장이 새롭게 취득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소송 자체가 성립이 되기 어렵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세종 측은 이와 관련 선대 회장 타계 후 수년만에 물려받은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되었고, 피고 이건희가 새롭게 취득한 차명주식만 남아 있게 됐다며 선대회장 타계 당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일부를 제외하고 타계 이후 유상증자와 수많은 매매과정을 거치면서 동일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맹희 측은 삼성특검 판결문을 바탕으로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법률대리인인 화우는 상속재산의 동일성은 삼성 특검 판결에서 이미 확정된 사실이며, 삼성 측에서도 최근까지 확인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특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차명계좌의 주식을 양도한 것은 명의자의 퇴직이나 사망 등으로 새로운 명의자의 계좌로 교체하는 경우 및 유상증자가 있을 때 신주인수대금을 마련하려는 경우가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화우측이 차명 주식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근거다.

때문에 재판부도 삼성특검 결과를 비롯, 삼성전자 실명 전환 주주내역을 피고가 입증해야 할 책임으로 성명했다.

서창원 부장판사는 삼성전자 실명전환 주주내역과 관련, 다음 기일까지 피고측에 실제 주식 보유자 명단과 명의수탁자의 주식취득일을 입증할 것과 차명주식과 관련된 삼성 특검 결과에 대해서도 증거로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선 원고와 피고 법률대리인 측에선 삼성은 아직도 차명주식으로 경영하나? 소설을 쓰고 있다 등 감정섞인 비난도 오고갔다.

이맹희 씨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차명 주식이 꼭 필요하다라는 이건희 회장 측 주장에 반박, 이병철 선대회장이 차명 주식과 무관하게 삼성을 경영해 왔다고 지적했다.

화우측 변호사는 선대 회장 타계 당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20.36%였지만 현재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17.62%라며 만약 선대 회장이 차명주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했다면, 그보다 적은 지분을 가진 이건희 회장도 지금 차명주식을 갖고 경영한다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같은 공격에 세종 측 변호사는 원고 측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맞받았다. 선대 회장 타계 당시 삼성그룹과 같은 대기업 지배주주의 차명 주식 보유는 기업관행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선대 회장이 타계 10년전부터 이건희 회장으로 후계 구도를 굳혔으며, 다른 자녀들에도 일부 재산의 명의를 넘기는 등 상속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외 타 삼성 그룹 계열사들의 차명 주식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요약하자면, 이건희 회장 외에 다른 자녀들도 차명 주식을 받았으니, 이 회장의 차명주식을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다. 논거로는 이병철 회장이 이재현 CJ회장에 증여한 안국화재 차명주식 9만여주를 들었다.

세종 윤제윤 변호사는 (이재현 회장 사례 외에) 다른 형제들이 상속받은 차명주식이 있다는 증거가 또 있다며 이인희 고문 쪽으로…(알고 있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우측은 타 계열사 차명 주식 존재 여부는 지금 모른다. 다음 공판까지 입증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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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종 측이 일반적인 가족법 소송을 삼성에 바로 대입하는 원고측 주장이 무리가 있다고 말하자 화우는 삼성은 법치 외에 있나, 특별하나?라고 맞받기도 했다.

삼성가 재산분할 소송 4차 기일은 내달 29일 오후 2시 서초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