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삼성家, 양쪽 주장 들어보니...

일반입력 :2012/05/30 18:31    수정: 2012/05/31 08:26

남혜현 기자

이병철 선대 회장은 생전에 이건희 씨에 삼성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란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 이는 당시 원고를 포함한 다른 상속인들도 인정한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지배 주식 승계 없이 경영권만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와서 상속분을 청구하는 것은 (선대회장의) 유지 자체를 부인하는 행위다.

삼성이 원고를 부도덕자로 몰고 있다. 마치 삼성이 잘 되니깐 이제 와서 재산을 빼앗으려 하는 것처럼 몰고 있다. 그러나 선대 회장은 이건희 씨에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했지 전 재산을 승계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경영권 승계는 차명 주식이 아닌 기명 주식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차명 주식을 둘러싼 삼성가 상속 분쟁이 법원으로 확전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30일 오후 4시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등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 분할 청구 소송의 1차 공개재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측 법률 대리인인 화우 측 변호사 9인과 피고측 대리인인 세종·태평양 측 변호사 6인이 출석했다. 법원은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이맹희 씨와 숙희 씨,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의 부인 최 모씨가 제기한 개별 소송 3개를 하나로 병합했다.

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첫째는 지난 2008년 특검 당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회장의 차명 주식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인가 하는 점, 둘째는 이건희 회장이 차명주식의 참칭상속인으로 인정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 하는 점이다.

화우 측은 원고가 차명 주식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특검 당시 이 재산의 존재에 대해 소명해 달라고 요청한 삼성측 요청 때문이라며 이후부터 법률적 검토를 거쳤고, 피고가 선대 회장의 재산을 다른 사람들 몰래 은닉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부당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차명 주식이 선대 회장이 남긴 유산이라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또 이 회장이 차명 주식을 단독으로 상속받을 참칭상속인이 되려면 그간 이 재산의 소유권을 주장해오는 등 외관을 갖춰야 하는데 그간 재산을 은닉해 왔기 때문에 자격조건이 모자란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이에 강력히 반박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차명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며, 그간 어려운 경영 환경서 삼성을 키워 얻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선대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에 기존 계열사 주식, 또는 풍족한 재산을 넘겨주면서 삼성전자와 생명 등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은 이 회장의 상속분과 함께 삼성 재무팀에서 관리하게 했다면서 또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 받은 주식은 이미 여러 차례 매매되고 유상증자 되는 등 파악조차 힘든 지경이고, 지금 이 회장이 보유한 차명 주식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고 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한 시기, 즉 참칭 상속인으로 인정된 때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이 회장의 차명 주식이 상속분으로 인정될 경우, 법률상 제척 기간을 적용하는데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측은 참칭상속인이 되려면 외관을 갖춘 것 외에, 상속인을 참칭하면서 상속분 일부를 점유해야 하는데, 두 부분 모두에서 이 회장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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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 공방에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양측 모두에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사망한 시기인) 1987년을 기점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이 언제 발행된 것인지 입증할 것을 명령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6월 27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재판의 핵심이 된 상속 목적물과 침해 일시를 특정하고 이에 대한 법률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향후 이건희 회장 상속분과 관련한 형제간 상속 소송을 4~5주 간격으로 2시간씩 연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