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사업은 해야겠고 예산은 안주고"

일반입력 :2012/07/24 09:14    수정: 2012/07/24 13:18

송주영 기자

'사업은 해야겠고, 예산은 안주고...'

전력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프로젝트 제안 반년 만에 퇴짜맞았던 사업을 재추진하게 된 지식경제부가 속앓이 중이다.

내년 사업에 대해 주무부서인 지경부는 제1 프로젝트로 선정할 만큼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궤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해 보인다. 예산 편성을 앞두고 벌써부터 또다시 예산배정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지식경제부는 향후 중점 사업으로 꼽은 전력반도체를 향후 8년 간 장기 프로젝트로 육성키로 하면서 부 예산 1천700억원을 포함, 총 3천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기에 나섰지만 만만치 않아 속을 끓이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전력 반도체를 국산화해 우리산업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반영의 분기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한차례 재수, 삼수는 면해야…

전력반도체 육성 사업은 현재 사전심의를 거쳐 예산 편성 작업 중이다. 다음달 2일까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정부 R&D 예산계획을 수립하면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오는 9월 국회에 상정된다.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초까지 예비타당성이 검토된다. 내년에는 시범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연초 예산 수립 과정에서 경비를 할당받지 못하며 한차례 좌절됐다. 이미 하반기를 기다리며 반년 이상이 계획 대비 지연됐다.

김정일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 과장은 “모바일, 자동차, DTV와 함께 전력반도체는 정부의 반도체 분야 중점 육성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내년 예산은 크지 않다. 5억~6억원 가량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와 시범사업 정도만이 기다리고 있어 들어갈 비용이 크지 않지만 올해 예산안이 배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도 사업 착수가 어렵게 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예산 배정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내년 사업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IT 예산이 많지 않은 것에 더해 융합 등에 예산이 우선 배정되며 반도체 개별 사업 예산 받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예산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며 지경부와 업계의 우려에 대해 괜한 걱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종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관은 “예산은 검토중으로 확정된 것이 없다”며 “다음달 기획재정부에 예산안이 넘어갈 때쯤이면 상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잘만 쓰면 화력발전소 1/2개 절약

전력반도체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 분야가 예전과 달리 이 프로젝트가 신시장 기회를 얻을 기회와 직결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전력반도체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전력 절감 효과 등 사업 자체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중요성은 이미 지난 해 한차례 블랙아웃(정전) 위기를 겪은 만큼 필수적인 육성분야로 각인되고 있다. 게다가 이 분야의 육성은 중소기업 중심의 팹리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프로젝트 착수 당위성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전력 소모량 절감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가전, 산업용 로봇, 전기차 등에서 반도체를 잘 활용할 경우 충남 보성 화력1호기의 51%에 해당하는 18억kWh의 전력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단 전력반도체와 함께 소프트웨어, 스마트 그리드 등 인프라가 개발됐을 경우다. 또 반도체를 통해서만 전력 소모량의 13~17%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자료도 보고된 바 있다.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도 크다. 전자기기에서의 전력 소모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모바일, 가전기기를 비롯해 최근에는 자동차까지 폭넓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경부 추산 전력반도체 전 세계 시장 규모는 한화 50조원 정도로 낸드플래시보다 오히려 더 크다. 반면 국산화율은 미미하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전력반도체 중 95% 가량이 수입 제품이다.

전력반도체 사업은 팹리스 등 우리 중소 반도체 업체에도 기회가 될 전망이다. 아날로그반도체 분야로 미세공정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해 파운드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30~40나노 공정의 경우 시제품 양산 비용만 수억원, 실 제 양산에는 수십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에게는 부담스러운 액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프로젝트가 착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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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 한태희 PD는 “전력반도체 시장은 적용 분야가 다양하고 성장성도 높은 반면 CPU와는 달리 두드러지는 업체가 없어 시장발굴에 유리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시작한다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검토작업중인 가운데 내년부터 본격 착수하게 될 전력반도체 사업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