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티스토어, "주고도 욕먹어서야"

기자수첩입력 :2012/07/20 11:25    수정: 2012/07/20 15:24

정윤희 기자

최근 3일 동안 오후 3시만 되면 ‘티스토어(T스토어)’가 온라인을 달궜다. 티스토어 무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이벤트에 이용자가 몰리면서다. 이벤트가 성황인 것 때문이라면 좋겠으나 실상은 정반대다. ‘티스토어’가 뱉어낸 검색 결과물에는 온갖 욕설과 비난이 넘쳐났다.

SK플래닛은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티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티스토어 가입자 1천500만 돌파를 기념한 감사 이벤트다. 통신사에 관계없이 이용자들에게 하루 하나, 1만원 이하의 유료앱을 공짜로 쏜다.

의도는 좋다. 문제는 방식이다. 15시부터 단 15분간. 이벤트 참가자들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15분 만에 무료앱을 받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티스토어 접속에 몰렸다.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병목현상은 필연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부 기기 미지원, 원활치 못한 서비스로 이벤트 시간이 지나 앱이 결제되는 과금 오류까지 발생했다.

SK플래닛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긴 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당초 이벤트를 시작하기 전 가장 접속이 많은 시간대의 3배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서버를 증설해 놓았으나 예상 외로 이용자들이 많이 몰려 원활한 서비스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SK플래닛도 당황스러운 표정이다.사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망스러운 점은 SK플래닛의 사후대처다. 로그인 실패, 접속 오류로 점철됐던 이벤트 첫 날, SK플래닛은 침묵했다. 둘째 날 역시 이벤트 시간 15분이 다 가도록 티스토어는 로그인 실패 메시지만 띄울 뿐이었다.

이용자들의 비난이 거세지던 18일 저녁에서야 부랴부랴 공지가 나왔다. 15분이던 이벤트 시간을 1시간으로 연장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맞은 셋째 날.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접속 오류 역시 여전히 발생했다.

티스토어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 구글 사례다. 지난해 구글도 유사한 방식의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반응은 정반대였다. 단순 이벤트만으로 양측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겠지만 ‘작은 차이가 명품을…’ 운운하는 철지난 TV광고 멘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티스토어는 말 그대로 ‘주고도 욕을 먹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글은 이벤트에 시간제한, 개수제한을 없앴다. 개괄적인 이벤트 기간 10일과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이었다. 이용자는 자신이 편한 시간에 플레이스토어(구 안드로이드마켓)에 접속해 10개 정도의 이벤트 대상 중 원하는 앱을 100원에 다운로드 받았다. 트래픽 폭증이 없으니 접속 오류도 없었다.

그저 안타깝다. 티스토어 정도면 국내서 몇 안 되는 규모 있는 앱 플랫폼 중 하나다. 심지어 글로벌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런 티스토어에 고객을 위한 재빠른 상황수습능력이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용자 불편이 발생한 상황에서 마케팅적 의미에 불과한 ‘1천500만-15시-15분’을 이틀이나 고수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시간 연장 후 SK플래닛은 “좀 더 많은 이용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시간을 4배 이상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서 3일 동안 15분 내 구매한 것은 유료 앱으로 샀다는 등의 오류가 나더라도 무료로 구입한 것으로 처리해주고 개발자에게는 유료로 정산해주는 등 피해 구제를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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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벤트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3일간 티스토어 때문에 분통이 터졌던 고객이라면, 마침내 무료로 앱을 받았다 하더라도 향후 티스토어에 좋은 점수를 줄지는 의문이다. “취지는 좋았다”는 정신승리만으로 자위하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아닐까 싶다.

하루 남은 이벤트 기간, 20일 15시에는 또 다른 접속오류 없이 원활한 이벤트가 진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