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상가 세입자 상인들 멘붕...왜?

일반입력 :2012/07/17 09:07    수정: 2012/07/17 14:13

남혜현 기자

지난해 3월 권리금 4천만원을 주고 용산 터미널전자상가에 입주한 PC매장 주인 김정민(가명·35세)씨는 최근 상우회로부터 황당한 통지문을 받았다. '상우회 소식지'라 쓰인 한 장의 종이에는 터미널전자상가 재개발과 관해 다음과 같이 협상을 종결했다며 영업손실 보상금으로 입주기간 1년당 12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소식지에 따르면 퇴거 기한인 내년 6월께 김 씨가 건물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이주 비용 200만원에, 영업손실보상금 240만원이 전부다. 이 곳에서 장사를 오래 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김 씨처럼 최근 가게를 낸 경우 권리금 보전은 커녕 적당한 재입주 공간을 찾기도 힘든 금액이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새건물 같은 상가를 증축이라면 몰라도, 통째로 허는 철거에 들어갈 것이라곤 입주 당시엔 생각도 못했다며 권리금 4천만원은 향후 4~5년간 이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하겠다는 암묵적 계약인데 이렇게 일방적인 통보를 받으니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위치한 터미널전자상가가 내년 가을께 문을 닫는다. 터미널전자상가 상우회는 지난 12일 세입자들에 퇴거 안내를 담은 소식지를 발송했다. 그간 상우회가 세입자들을 대표해 관리사무소측과 열 차례 협상을 벌인 결과 내년 6월 퇴거 기준으로 이같은 보상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세입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건물주 측이 제시한 보상금이 현실적으로 너무 적게 느껴지는데다, 건물에 오래 입주한 사람한테만 유리하게 적용된 조항이라는 지적이다.

역시 지난해 이 상가에 입주한 김정한(가명·39세)씨는 지금 터미널전자상가에 자리한 매장들 중 최근 3년 내에 장사를 시작한 곳이 절반은 될 것이라며 상우회에서 말한 보상안은 이 자리에서 오래 장사한 사람들만 이득을 보는 이상한 구조로 작성됐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입자들 사이에선 상우회가 일부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는 터다. 김 씨는 상우회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들도 많다며 상우회에 의결권을 준 것도 아닌데 누가 누구를 대변해 협상을 종결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상우회 측은 이같은 보상안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입주 연한에 따른 차등 보상안은 터미널 전자상가를 키운 기여도에 비례한 것이며, 평균 입주 기간이 6.5년 이상이기 때문에 일부 세입자들의 주장은 과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조택하 터미널전자상가 상우회장은 재개발 전문 변호사를 만나봤지만, 법적으로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게 없다며 영업손실보상금엔 이 건물이 집단상가로 형성되기까지 공헌도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서부티앤디 관리사무소 측은 상우회와 협상을 진행한 것은 맞으며 (소식지에 들어간 내용을 바탕으로) 내주부터 개별 세입자들과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아직까지 확정된 것이 없으므로 구체적인 것을 이야기 하긴 곤란하다고 말했다.

터미널전자상가 부지에는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구청 도시계획과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서부티앤디가 관광터미널의 용도를 호텔로 변경하도록 서울시와 협상중이다.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터미널상가가 위치한 한강로3가는 서울시 신도시 계획에 따라 선정된 지역이라며 아직까지 용도는 변경되지 않았으며, 현재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터미널전자상가에 뒤편에 위치한 용산역 차량기지 부지에는 100층규모의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기 위한 준비 공사가 한창이다. 터미널전자상가 자리에 호텔이 들어설 경우, 국제업무지구 관련 인구는 물론, 서울 인근 관광객들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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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 자리에서 생계를 이어오던 세입자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입자는 당장 장사를 계속하려며 인근 아이파크몰에라도 입주를 해야 하는데,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곳은 수천만원의 권리금이 필요하다며 한숨을 토했다.

한편 서울시는 세입자 보상안 등을 검토한 후에 용도변경 승인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서울시가 심의 과정 중 사업시행자측에 보상금 의견을 제시하라고 할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심의한 후에 용도변경을 승인하게 되기 때문에 호텔 건축 여부는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