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확산에 용산 유통지형 '흔들'

일반입력 :2011/02/20 13:41    수정: 2011/02/21 08:42

남혜현 기자

와이브로와 결합한 노트북·넷북 판매가 늘어나면서 용산 유통시장 지형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소매시장은 웃는데, 도매시장은 울상이다.

18일 통신·유통업계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와이브로와 결합된 노트북 상품 판매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월 신규가입자 수가 2만명을 밑돌던 KT와이브로도 지난해 7월 이후엔 2만5천명 이상씩 꾸준히 가입자를 늘려 이달 초 기준, 총 38만2천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KT에 따르면 와이브로 가입자 수 증가는 일명 '공짜 넷북'이 이끌었다. 공짜 넷북은 소비자가 와이브로 요금제를 선택했을 때 KT와 일정기간 약정을 맺고 무상으로 제공받는 노트북 제품을 말한다. 와이브로 출시 초기에는 모뎀 판매가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가입자를 노트북 결합모델로 유치했다는 것이다.

물론 전체 시장에서 38만2천명의 가입자는 그리 많은 수는 아니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서 감지하는 변화폭은 크다. 도매업체들은 벌써부터 거대 통신사가 PC 유통시장에 실질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며 넷북이나 태블릿으로 시작한 유통지형 변화가 향후 PC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매 업체 환영 노트북도 휴대폰처럼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하는 소매업체는 와이브로 결합 상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용산 전자상가에는 와이브로 노트북을 판매하는 매장이 크게 늘었다. 용산역과 연결된 I 상가의 한 층에만 와이브로 노트북 판매합니다라는 플랜카드를 붙인 곳이 4~5곳을 넘는다.

개별 PC매장에 문의해 보면 이미 와이브로 결합 모델을 찾는 소비자 수가 단품 PC를 찾는 수와 비슷하게 늘었다거나 이전에는 넷북같은 저가 노트북만 와이브로 결합상품으로 나왔다면 이제는 맥북에어같은 고가 상품을 와이브로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통신상품과 결합된 노트북을 판매하는 것이 PC단품만 파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는 설명도 덧붙는다.

업계에 따르면 용산 전자상가에서 1대의 노트북을 소비자에 판매할 때 남는 마진은 1~2% 정도다. 100만원 짜리 노트북 한 대를 팔면 매장에 떨어지는 이문은 1만~2만원 안팎이라는 것이다. PC 판매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사은품 등 출혈 마케팅이 커진데다 이미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알아보고 오는 소비자가 대다수라 이문을 남기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와이브로 결합 모델 같은 경우, 최저가의 영향을 덜 받는데다가, 휴대폰 매장처럼 와이브로 가입자를 유치시킬 경우 통신사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소매업체 입장에선 와이브로 결합모델 판매가 손해볼 것 없는 장사가 된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하이티브로 김영철 팀장은 도매시장하고 소매시장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소매 매장은 고객을 직접 상대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브로의 경우 가입상품이기 때문에 도매 유통업체는 뛰어들 수 없지만 소매점 같은 경우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도매업체는 지금 먹을 거리 고민 중

PC유통을 대표하는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용산이다. 용산은 PC유통을 주름 잡는 대형 도매 유통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서 활동하는 주요 PC업체들도 해마다 전력 사업 분야 중 하나를 용산 유통채널 확대로 꼽을 정도다.

KT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와이브로 상품 판매는 쇼 매장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지만 지역별로 볼 때는 용산에 위치한 매장이 압도적이라고 언급했다. 와이브로 결합상품이 KT 쇼매장, 와이브로 전문 대리점, 재 판매점, PC 제조업체 등에서 이뤄지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매장 확산이 PC 도매 유통업체들의 입지를 줄일 것은 분명한 일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제 노트북 트렌드는 넷북도, 울트라씬도 아닌 태블릿”이라며 “이런 모바일 PC가 와이브로와 결합하면서 유통 주도권이 통신사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원CTS 관계자는 도매업체들 같은 경우 최근들어 큰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신사들이 와이브로 결합모델이라는 판매수단으로 PC시장에 적극 뛰어들 경우 기존 PC유통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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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최근 PC 도매업체들은 향후 먹을 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는다. 유통 물품을 늘리거나 아예 B2C로 사업을 전향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꺼낸다. 유통줄을 쥐고 있던 용산 권력들이 이제는 '생존권'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다른 대형 도매업체인 제이씨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아직은 휴대폰이나 태블릿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아닌 이상 PC시장 변화를 체감하기는 힘든 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태블릿이나 넷북이 와이브로와 결합한 상품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