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는 변신중···중고매매로 ‘턴’

일반입력 :2009/11/30 16:57    수정: 2009/11/30 18:19

이장혁, 남혜현 기자

용산전자유통시장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과거 용산전자상가하면 가장 최근에 출시한 PC 노트북 및 전자부품들이 떠올랐지만 최근 경기불황과 맞물리면서 ‘중고매매’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

PC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조립PC 매장이 가득 메웠던 용산 전자상가자리를 중고노트북 전문점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격에 민감한 알뜰 소비자들과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PC매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평이다. 용산전자유통시장에 '중고매매'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선인상가 신규점포 90%는 중고노트북 매장

“용산 선인상가에 새로 들어서는 매장의 90%는 중고노트북 매장입니다. 지난 9월에만 14개 중고관련 전문매장이 들어섰어요.”

선인상가 2층에서 중고노트북매장을 경영하는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용산 전자상가에 들어오려면 권리금도 얹어줘야 했는데 최근 들어 권리금은커녕 주인 없는 빈 점포가 늘고 있다”면서 “그 자리를 메우는 게 중고노트북 매장”이라며 최근 용산의 분위기를 직접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용산에 중고매장이 몰리는 것과 관련해 “최근 노트북 교체 주기가 짧아져서 마치 새 것 같은 중고 제품이 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제품의 경우 인터넷이 더 싸다고 느끼는 것과는 달리 중고제품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직접 눈으로 제품을 확인해 보고 사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고노트북이 인기를 끄는 데는 회복되지 않는 경기 탓도 있다. 그는 “위축된 소비심리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신제품보다는 10만원에서 30만원대로 저렴하면서 자신의 사용패턴에 맞는 컴퓨터를 구하는 손님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중고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가 듀얼 프로세서나 센트리노 급”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 매장을 운영하면서 인상깊었던 일은 바로 펜티엄3 품귀현상이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매장이 최근 한 달 동안 매입한 펜티엄3 컴퓨터 10대가 모두 들어온 당일 품절됐다면서 고사양을 강조하는 신제품보다는 오히려 기본 기능에 충실한 PC를 찾는 수요층이 꾸준히 존재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 신제품은 팔수록 손해?

새 제품의 경우 인터넷으로 이미 가격이 드러나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출혈경쟁이 벌어진다. 특히 새 노트북의 경우에는 1대를 팔면 단돈 만 원 정도를 남기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신제품 노트북이나 PC를 파는 것 보다 중고PC를 파는 것이 수익을 내는데 좀 더 유리한 상황인 것. 중고제품의 경우 수익률이 대략 10%내외 정도라고 하니 새 제품에 비해서는 월등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용산매장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신제품을 구입할 때 온라인으로 최저가로 검색해서 구입하러 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판매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면서 “그마저도 가격비교사이트에서 가입된 업체들에게 등록비뿐만 아니라 ‘판매 건당 수수료’도 따로 받아 팔아봤자 아무 이익이 남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가격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규모가 크지 않은 영세업체들 같은 경우는 생존조차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작은 규모의 업체들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내려고 힘을 쏟고 있다. 중고PC노트북 구매와 판매를 카페에서 하면 수수료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카페나 홈피를 통해 중고 노트북을 매입한 후 ‘포맷’과 ‘클리닝’서비스를 한 후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재판매하는 중고 PC매장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새 제품과는 달리 중고제품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직접 물건을 확인해보고 사려는 욕구가 강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중고제품의 특성상 가격비교사이트에 등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등록비, 판매수수료 등 비용개선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 중고 인기브랜드 '팔때도 유리'

선인상가에서 중고노트북 전문매장 ‘아름다운 지인들’을 운영하는 맹운열 과장은 “자주 노트북을 교체하는 사용자라면 자동차처럼 새 제품을 살 때부터 어떤 것이 중고시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쉽게 아는 브랜드의 인기모델이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고 조언했다.

맹과장은 “노트북을 되 팔때 가능한 많은 곳에서 견적을 내보는 것이 좋다”며 “호가와 매매가가 다른 업체의 경우는 특히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검색 등을 거쳐서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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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잘 찾아보면 아직 뜯지도 않은 채로 거래되는 제품들도 있기 때문에 발품을 파는 만큼 소비자들이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중고시장”이라며 “특히 좋은 물건이 많이 나오는 시기가 명절과 휴가철”이라고 귀띔했다.

업계관계자는 “실제 영세한 용산상가 입점업체의 경우 제품 한 두 개 팔아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이것이 용산유통시장에 '중고매매' 바람이 불고 있는 이유”라며 “아무리 경쟁력을 갖춘 업체라고 해도 가격비교사이트 등록비는 물론 판매수수료에 제품·매장 홍보비같은 고정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중고제품매매로 눈을 돌리는 업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단, 중고제품의 경우 하루에서 몇 번씩 시세가 바뀌기 때문에 이를 염두하고 중고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