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만든 게임…여자한테 통했다

일반입력 :2012/07/12 11:45    수정: 2012/07/12 11:51

“여성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여자들이 좋아할 게임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2년차 모바일 게임 개발사 대표가 당차게 던진 말이다. 이렇다 할 성공작도 없었지만 ‘마이무비스타 : 드림하이’ 게임 하나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정승준 블루핑거 대표는 “우먼파워로 일어섰다”로 재차 강조했다.

정승준 대표의 말처럼 ‘마이무비스타’는 여성 이용자를 적극 공략한 게임이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만 출시돼 약 20만회를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출시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눈여겨 볼 수치다.

출시 당시 국내 앱스토어 게임 무료 부문 2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12일 현재 앱스토어 신규 앱 ‘에디터의 추천’ 코너에 올라있다. 정 대표는 “다운로드 수에 비해 게임 내 매출도 뛰어난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 게임은 아이돌 가수로 데뷔했다가 실패를 맛본 뒤 헐리우드 톱스타로 재기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여자 주인공 캐릭터가 뷰티샵, 헤어샵을 돌아다니며 경험치를 쌓고, 각종 의상과 액세서리, 헤어스타일을 변경한다.

이처럼 여성 이용자 중심의 게임을 성공시킨 배경을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정승준 대표와 권대현 개발 팀장을 제외한 모든 회사 인원이 여성으로 꾸려졌다. 게임 기획은 정 대표가 직접 했지만 캐릭터 디자인이나 주요 개발은 여성 직원 주도로 이뤄졌다.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주문했던 내용은 제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아달라는 것입니다. 남자인 제가 게임을 하다 지루하게 된다면 반대로 여성 이용자들이 좋아할 이유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때문에 정 대표는 게임 내 대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이용자들에겐 “깨알같은 재미가 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캐릭터 의상만 하더라도 정 대표과 권대현 개발 팀장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지만, 여성 직원들이 보기엔 더욱 예쁘고 화려한 옷들이 잇따라 준비중이다.

게임 개발뿐 아니다. 여성 중심의 회사 분위기도 묻어난다. 정 대표가 회사를 따로 설립한 이유기도 하다.

정승준 대표는 국내 주요 소프트웨어 개발사 출신이다. 창업 당시부터 함께한 권대현 개발 팀장은 국내 SI 대기업 출신이다. 외주 개발과 야근, 주말 근무가 많은 IT 개발자 환경이 벅차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만들고자 모바일 앱 개발 시장에 뛰어든 것.

이에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는 “이러한 근무 환경이 여성 직원을 끌어들인 것 같다”면서도 “와이프에게 왜 자꾸 여성 부하 직원만 뽑냐는 눈총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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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핑거는 ‘마이무비스타’ 성공을 거뒀지만 우선 다른 게임을 개발하기보다 마이무비스타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승준 대표는 “꾸준히 스토리 강화와 더불어 안드로이드 버전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지원에 이어 중국어 버전도 추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