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 봄날은 끝?
안드로이드 최강을 자처했던 대만 HTC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판매량과 순익 등 실적이 주저앉은 가운데 삼성전자·애플 견제에도 힘을 못내는 모습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노키아와 리서치인모션(RIM) 등 무대 뒤로 밀려난 주자들과 '동급'이 될 것이라는 위기설도 고개를 들었다. 위기를 극복할 '에이스' 제품 준비는 아직이다.
HTC는 올 2분기 매출 30억4천만달러, 순익 2억4천7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6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58% 줄어든 수치다. 막대한 흑자이지만 감소폭은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대만 업계는 내심 HTC의 2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했으나 삼성전자에 발목을 잡혔다. 삼성전자 갤럭시S3가 선주문만 1천만대에 육박하는 등 소비자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HTC는 다른 제조사들처럼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1분기도 악몽이었다. 매출 23억달러, 순이익 1억5천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70% 줄었다. 일시적 부진이라는 경영진의 설명은 힘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갤럭시S3에 이어 애플 아이폰5까지 시장에 등장하면 HTC의 자리는 더 좁아진다. 현재의 HTC 전력으로는 반격이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HTC는 지난달 '원X'라는 고급형 스마트폰을 야심차게 출시했으나 갤럭시나 아이폰을 위협할만한 초기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정확한 판매량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출시보다 약 4개월 앞서 제품을 공개, 마케팅 효과가 줄었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제품 성능은 차치, 애플의 소송 제기로 인해 미국 출시가 늦어졌고, 한국서도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지난달에는 성적 부진 때문에 브라질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악재가 겹쳐 온 것.
아울러 삼성전자 대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를 매번 늦게하면서 충성고객이 꽤 이탈했다. 당초 올 1분기로 예고했던 안드로이드4.0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업그레이드를 지난달 시행해 눈총 받았다.
중국 ZTE와 화웨이 등의 급부상도 관전 포인트다. 저가 제품을 내세워 지난해 휴대폰(피처폰 포함) 판매량 순위 4위와 6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 쿼드코어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고급형 제품 전력도 상당히 키웠다.
한편, HTC 수뇌부는 공개석상에서 유독 삼성전자를 공격해왔다. 피터 쵸우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0년 한국 기자들과 만나 10분 정도 써보니 갤럭시S의 디자인은 값싸(cheap) 보인다. 우리 제품이 더 흥미롭고 기능도 뛰어나다고 말한 일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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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에서는 기자간담회 도중 삼성전자 갤럭시넥서스와 갤럭시S2를 화면에 띄우고 카메라 속도가 떨어진다고 공격했었다.
분기 기준 판매량 싸움에서 HTC가 삼성전자를 마지막으로 이긴 때는 지난 2010년 2분기였다. 갤럭시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전세가 역전됐고, 그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