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파란이 8년 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2004년 포털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겠다며 야심차게 인터넷 사업에 진출한 KT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철수를 택했다. 업계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일부 파란 이용자를 넘겨받게 됐지만 네이버 독주주체제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KTH(대표 서정수)는 내달 31일부로 검색, 메일, 지역정보, 뉴스, 블로그, 클럽, 경품쟁이, 전화번호 등 파란을 통해 제공하던 16개 하위서비스를 종료한다. 메일과 블로그 등 주요 서비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이전키로 했다.
KTH는 서비스 중단 결정의 배경으로 “국내 포털 시장의 정체 및 고착화에 따른 사용자 감소와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따라 포털 서비스를 종료하고 스마트 모바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KTH는 이미 지난 2010년부터 스마트 모바일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했다. 향후 푸딩시리즈와 스마트폰 게임 등 모바일 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KT, 사실상 인터넷 사업 철수…KTH 어디로?
KT는 지난 2004년 하이텔과 한미르를 통합한 종합 포털 서비스 파란을 통해 인터넷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서비스 초기 100MB 대용량 메일과 스포츠 뉴스 콘텐츠 독점 공급 등 대대적인 마케팅 역량을 투입해 인지도 확대에 나섰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2006년 국내 포털 업계 1위에 올라선다는 야심찬 목표도 0.1%대 시장점유율에 그치며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지난 2010년 KT 올레닷컴 출범 당시부터 대두됐던 포털 서비스 통합이나 발전적 해체 모델도 이번 서비스 중단으로 백지화됐다. 사실상 대가없이 자사의 대표 서비스를 경쟁사인 다음에 넘기며 기존 포털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KT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콘텐츠와 모바일 사업영역에 집중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향후 KTH의 사업 방향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KTH는 모바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수익성과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아직 힘이 달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KTH 매출의 대부분은 영화·드라마·만화 등 각종 IP 판권 사업과 전화 기반 사업에서 충당하고 있다.
파란이 KTH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10% 안팎으로 미미했던 데다 서비스 유지를 위해 투입되던 비용이 절감되면서 오히려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파란이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보유한 KTH의 대표서비스였다는 상징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때문에 모회사인 KT와의 통합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과거에도 콘텐츠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기존 판권 사업을 KT 내부의 미디어 본부로 편입하는 등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KTH는 KT 모바일 서비스의 상당부분을 아웃소싱하기도 했다.
한 업계관계자는 “KTH가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대표서비스였던 파란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KTH를 별도로 유지할 의미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며 “KT 본부와의 통합 수순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파란 떠난 포털시장, 네이버 천하는 굳건?
다음은 파란의 주요 서비스였던 메일과 블로그 이용자를 흡수하게 됐다. 다음 관계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이용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인수의 개념은 아니며 제휴를 통해 양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에서 의견이 맞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 증가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파란 메일 이용자가 2천700만 정도로 추산되지만 상당수가 중복가입자일 가능성이 큰 데다 이미 다음이 한메일을 통해 메일 서비스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포털 업계에서도 파란 서비스 중단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복수의 포털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파란의 존재감이 미약했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포털시장은 1+1=2가 아니라 1.1이 될까말까한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아성을 흔들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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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과 다음의 관계 역시 당초 알려진 것처럼 전면 인수가 아닌 일부 서비스에 대한 이전으로 확인되면서 의미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임완택 KTH 모바일부문장은 “일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영업양수도 개념은 아니며 서비스 이전 대가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다음 내부에서조차 이번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이 PC 성장률이 주춤한 가운데 신성장동력을 모바일에서 찾고 있지만 크게 약진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파란 서비스 인수에 나서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