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몰락을 불러온 5대 실책

일반입력 :2012/06/15 15:07    수정: 2012/06/15 15:19

이재구 기자

세계 1위 휴대폰 회사 노키아의 몰락을 가져온 결정적 5대 실책은 ▲플립폰 트렌드 따라잡기 실패 ▲미국 시장에 대한 경시와 오판 ▲아이폰의 위협 무시 ▲심비안을 버리지 못한 점 ▲차세대 플랫폼 확보 실패 등이다.

14일(현지시간) 급속히 가라앉고 있는 거함 노키아를 회생시킬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세계 최고의 휴대폰 회사로 군림하던 노키아의 몰락원인에 대한 외신의 분석이 눈길을 끈다.

외신들은 스티븐 엘롭이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로 오기 이전에 이미 노키아는 가라앉는 배였다고 진단했다. 만일 노키아가 이대로 침몰한다 하더라도 이는 스티븐 엘롭 CEO의 책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시간이 얼마 없긴 하지만 엘롭은 회사를 회생시킬 시간이 없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노키아가 맞이한 현실은 상황개선 속도보다 실적악화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노키아 파국의 씨앗은 엘롭이 지휘봉을 잡기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잘못된 길로 발을 들여놓으면서 한때 전세계 휴대폰시장을 호령하던 이 회사는 아사지경에 이르렀다. 외신과 전문가들이 보는 노키아를 몰락으로 이끈 5대 실수를 짚어본다.

■플립폰 트렌드라는 대세를 놓쳤다

노키아의 최대 실수는 휴대폰시대의 유행이 된 플립폰(Flip phone)이라는 대세를 놓쳤다는 점이 꼽힌다.

플립폰이란 우리에게도 친숙한 뚜껑 여닫이식 휴대폰이다. 노키아는 지난 2000년대에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던 이 플립폰을 외면하면서 돈버는 데 실패했다.

이것이 노키아의 가장 초기의 실수이자 최대 실수로 꼽힌다. 이러한 플립폰 유행이전에 노키아는 미국에서 이른 바 자사의 독특한 막대형의 캔디바 스타일 폰으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여기서 후속 플립폰 유행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게다가 모토로라 단말기 레이저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플립폰의 열기를 더욱더 부채질 했다.

하지만 경쟁사의 수많은 고급 플립폰 휴대폰이 등장해 미국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경쟁하게 됐다. 물론 가장 주목할 만한 일은 모토로라 레이저의 등장이었다.레이저는 모토로라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안겨주면서 한때 노키아에게 실질적 위협이 될 정도의 성공작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고 있어지만 노키아의 대응은 오히려 더많은 캔디바 폰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전세계에 시장특화적 휴대폰을 팔기 보다는 똑같은 제품을 더욱더 많이 공급하게 됐다. 이로써 노키아의 주도적 입지는 더욱 더 위축됐다.

노키아가 10년 이상 주도권을 갖지 못했던 미국시장에서 초기 플립폰 인기에 더디게 대응하면서 시장에 투입되는 비용도 더욱더 늘어났다.

■미국시장에 대한 오판

게다가 노키아는 미국시장의 소비력에 대해 여전히 무시하는 또다른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노키아가 ‘내 방식대로, 아니면 말고“식의 휴대폰시장 접근법이라는 오판을 낳았다.

꾀장이 모토롤라같은 회사와 좋은 협력관계를 가진 이통사들에게 이 전략은 잘 먹혀들지 않았다.

노키아는 미국시장이 요구하는 휴대폰을 잘 만들지 못했고, 이는 결국 미국내 이통사들을 동맹군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다. 이는 결국 미국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가속시켰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 이통사들과 친화적이 되기 위해 애를 쓰면서 노키아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이들이 지난 10년간 미 이통사과 친화관계를 가져 오면서 영향력을 꾸준히 길러온 것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이와달리 노키아는 충성고객이 별로 없는 니치브랜드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따라 뉴욕같은 주요 도시에 자체 상점을 열어 이통사와의 계약없이 직접 휴대폰을 파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보조금이 없는 높은 가격에라도 기꺼이 돈을 주고 이 하드코어를 구매하겠다는 소량의 고객만을 확보하도록 하는데 그쳤다.

더 나쁜 것은 이로 인해 미국 시장내 노키아의 존재감이 미약해진 것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전환된 시장에서도 노키아제품을 접목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아이폰의 위협을 몰랐다

노키아의 실패원인 가운데 아이폰의 존재감,위협을 모르거나 무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노키아는 특히 아이폰의 위협에 대해서는 거의 장님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아이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자사가 논란의 여지없이 스마트폰시장의 리더라고 말해왔다.사실 아이폰의 위협은 업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즉각적으로 각인되지 않았고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윈도모바일, 팜OS, 그리고 노키아의 심비안 같은 오래되고 더 투박한 플랫폼으로 만족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의 오리지널 아이폰은 휴대폰시장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초기 아이폰은 매우 비싸서 단말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조차도 럭셔리폰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애플이 미국 2위의 이통사 AT&T에게만 제공한다는 협상을 하면서 가격을 200달러로 낮추었고 이는 단말기 시장의 주력휴대폰으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 아이폰은 모든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의 위협이 되기 시작했다.

아이폰의 아성을 더욱 굳혀 준 것은 앱스토어였다. 이 온라인상점은 고객들을 iOS에서만 작동하는 앱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노키아도 자체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단순히 껍데기만 흉내낸 것에 불과했다.

이 시점에서 노키아가 자사의 브랜드를 유지했던 그 엄청난 인기와 명성을 잃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노키아가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의 브랜드명성에 그치고 있으며 그 결과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천천히 악화돼 가고 있다.,

■심비안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렸다

노키아가 심비안에 너무 오랫동안 매달렸다는 점도 결정적 패착이었다.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에는 심비안도 제법 커졌다. 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OS가 핵심적 위치를 꿰차면서 심비안의 균열도 함께 시작됐다.

안드로이드는 다른 휴대폰 제조업체들에게 아이폰에 대항할 만한 현대적인 OS를 제공했다. 그리고 많은 휴대폰업체들이 재빨리 이 흐름에 동참했다.

레이저의 성공이 끝나면서 위기에 처한 모토로라조차도 진심으로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였고 즉각 미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을 통해 강력한 푸시를 했다. 당시 미시장 1위 이통사 버라이즌은 아이폰으로 공전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2위 AT&T에 대응할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HTC도 재빨리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여 즉각적인 효과를 보면서 이익을 챙겼다. 특히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는데 다소 뒤처졌지만 이를 수용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노키아는 고집스레 심비안에 매달렸다. 실제로 이 회사는 이 OS를 가지고 인터넷 오픈소스방식으로 라이선스하려는 생각을 갖고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걸었다.

지난 2008년 노키아는 휴대폰공급자와 회사들이 심비안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해 심비안재단을 통해 심비안OS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노키아는 2년 후 이 재단을 다시 흡수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MS출신의 스티븐 엘롭 CEO가 오면서 배짱좋게 심비안을 던져버렸다.

■차세대 플랫폼 가져오기에 실패

노키아의 또다른 실책으로는 잘못된 차세대 플랫폼을 가져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는 노키아가 새로운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드는 것을 재난 수준으로 여겼으며, 이 때문에 심비안에 매달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잘 기억할지 모르지만 노키아는 마에모(Maemo)같은 OS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에모는 리눅스기반으로 만들어진 차세대 스마트폰용 OS가 될 예정이었다.

당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고자 호시탐탐 노려오던 인텔은 자체 리눅스기반 OS 모블린(Moblin)을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어 인텔은 지난 2010년 자사 작업내용들을 미고(Meego)로 통합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키아와의 합작으로 이 OS작업은 더욱더 지연되는 결과만을 낳았다.

엘롭 CEO가 이 회사의 스마트폰용 OS의 중심을 MS와 윈도폰의 중심 플랫폼으로 바꾼 후 미고가 골든타임에 맞춰 준비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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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노키아는 미고OS로 가동되는 단말기 N9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때 노키아는 이미 N9단말기를 심비안을 사용하는 고급폰으로 바꾸면서 단말기 전환을 시작하고 있었다.

노키아는 N9단말기 섀시를 루미아 스마트폰 라인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