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태블릿, 디지털교육시장이 열쇠

일반입력 :2012/06/14 21:32

남혜현 기자

전 세계 태블릿 시장은 애플 아이패드가 독점한다. 지난 1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은 1천180만대(68%)에 육박했다. 연말 돌풍을 일으켰던 199달러 아마존 킨들파이어는 이 기간 70만대(4%) 판매로 날개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국내 태블릿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분기 국내 태블릿 시장 규모는 21만대 수준이다. 이 중 9만대를 삼성 갤럭시탭이 차지했다. 애플 아이패드는 6만대에 그쳤다.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보다 많이 팔린 것이다.

'태블릿=아이패드'란 공식이 통용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성적은 의외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아이패드를 살만한 사람은 이미 지난해 다 샀으며, 국내 태블릿 시장은 일반소비자(B2C)보다 기업(B2B)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태블릿을 바라보는 시선은 해외와 다르다. 스마트폰이 국내서 상상을 초월해 빨리 보급되면서 인터넷이 되는 대형 모바일 기기의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아이패드가 많이 대중화 됐지만, 아직도 애플팬이나 IT기기 마니아용이라는 이미지가 남았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삼성 태블릿을 더 선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업 시장의 역할이 컸다. 삼성계열사, 또는 공공 부문에서 '스마트워크'를 실시하면서 태블릿을 대량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다. 일선 매장서 태블릿이 하루에 한 두대 가량 팔려나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의 대량 구매는 무시할 수 없는 수요다.

■B2C, 왜 태블릿에 관심 없나?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국내서 약 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이 중 140만대가 갤럭시노트다. 같은 기간 갤럭시탭 성적은 9만대다.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옵티머스뷰 등 스마트폰은 490만대가 팔려나갔다. 그러나 회사 측은 연초 출시한 옵티머스 패드의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예상보다는 많이 팔렸지만 외부에 밝힐 만한 성적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기업 시장을 제외한다면 태블릿 판매량은 이마저 크게 줄어든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은 2년마다 갈아타도 태블릿엔 지갑을 열지 않는다. 최근 갤럭시노트, 옵티머스 뷰 등 5인치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큰 화면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요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쏠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외에 노트라는 새 카테고리가 만들어지면서 큰 화면을 선호하는 소비자 상당 수가 갤럭시노트를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 태블릿 판매량이 늘어날까. 적어도 국내 B2C 시장에선 힘든 시나리오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정책도 한 몫했다. 어느 한 모바일 제품이 성공하려면 제조업체나 이동통신사가 이 제품을 띄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엔 둘 다 아니다.

통신사들은 그간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주고 할인 혜택을 얹으면서 가입자를 유치해왔다. 요금제만 내놓고 별다른 프로모션을 하지 않는 태블릿과는 대조적이다. 통신사 입장도 이해는 간다. 태블릿을 찾는 수요가 적을 뿐더러, 많이 팔아봤자 수익도 없다. 태블릿이 음성보다는 데이터 중심 상품이라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사 수익 대부분은 음성 통화에서 발생하는 데 태블릿은 주로 데이터 이용에 사용된다면서 트래픽은 크게 늘어나지만 수익 발생 요인이 없어 이통사 입장에서 태블릿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B2B가 열쇠

시장에서 추산하는 올해 국내 태블릿 시장 규모는 100만대 남짓이다. 이중 대다수는 B2B에서 발발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 계열사 일부나 아시아나, 교원 등 수많은 기업들이 스마트워크 활성화에 태블릿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성장 부문은 교육이다. 우리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한다. 학생들이 노트북이나 데스크톱PC, 태블릿 등 개별 단말기로 교과서를 내려 받아 수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산 문제를 이유로 특정 단말기를 구입해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방침이지만, 업계선 가격과 효율성, 사용편의성 등을 고려할 때 태블릿 사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까지 많이 팔리지 않는데도 삼성, LG를 비롯한 국내외 중소기업들이 우리 시장에서 꾸준히 태블릿을 내놓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태블릿을 교육용 기기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애플은 연초 전자책 플랫폼인 '아이북스2'를 발표하며 아이패드가 교과서 대체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큰 무기는 방대한 콘텐츠다. 지난 1월 기준, 앱스토어에 2만개가 넘는 교육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는데다 아이북스2를 통해 교사들이 학습에 필요한 앱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필 쉴러 애플 부사장은 당시 150만대의 아이패드가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아이북스2를 통해 보다 상호작용이 강화된 교과서를 만들고 검색이 쉽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2'에서 자사 첫 교육용 플랫폼인 '러닝허브'를 공개했다. 러닝허브는 태블릿인 갤럭시탭 10.1, 갤럭시탭 8.9 LTE 등에서 이용 최적화 됐다.

관련기사

당시 삼성전자는 러닝허브가 국내외 30개 교육 사업자들과 제휴를 통해 6천여개 유·무료 콘텐츠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선 천재교육의 초등 교재·강의, 비상교육과 비타에듀의 중고등 교재·강의, YBM 어학 교재·강의, 에듀윌의 자격증 강의, 휴넷의 교양 강의 등이 제공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국내 태블릿 시장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단하긴 어렵다면서도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기업들이 꾸준히 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향후 열릴 디지털 교육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태블릿 시장 성장 엔진이 '교육'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