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서 대접 받는 주부, 어떤가 봤더니...

일반입력 :2012/06/09 09:19    수정: 2012/06/10 11:08

최근 주부들이 20~30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웹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웹게임은 '우주', '중세', '전쟁', '침략' , '전투' 등의 키워드가 중심이었던 남성미 물씬 풍기는 장르였지만 이젠 아니다.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웹게임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능숙한 실력 없이도 언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웹게임에 빠져드는 주부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 설치가 필요 없다는 간편함은 물론,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부 이성희(35세/여)가 그 케이스다.

서울 한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응한 이성희씨는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에는 긴 하루가 지루하기 짝이 없었어요. 남들은 집안일만 해도 하루가 훌쩍 간다고 하지만, 10년차 주부인 저로써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짬짬이 나는 시간이 너무 많아요”라고 첫 마디를 열었다.

몇 년 전까지는 여러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냈지만, 늘 뻔한 전개로 이어지는 통에 통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성희씨는 남편이 퇴근 후에 즐기는 '웹게임'을 접하게 됐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본 '삼국지'를 소재로 한 웹게임이었다고 한다. 그간 게임이라고는 '맞고'만 몇 번 해본 이성희씨였지만, 설치 없이 바로 실행되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어 금새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 삼국지 소재는 주부들도 알고 있어

그녀는 자신이 즐기고 있는 쾌걸 삼국지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캐릭터들의 모습은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폭력성이 배제된 경우도 많아 '전투'에서 느끼는 부담감도 적기 때문이다. 또한 학창시절 한번은 꼭 읽어보는 삼국지 배경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가 없는 것은 아니예요. '승리'가 주는 쾌감도 강렬하죠. 게다가 클라이언트를 다운받고 설치하지 않아도 실행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짬짬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저 같은 여성들의 게임에 대한 장벽을 없앤 것 같아요”

게다가 '여성'이기 때문에 게임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역시 여성들의 웹게임의 접속을 하게 되는 동기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아직까진 웹게임을 즐기는 여성들의 수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자신이 여자라고 밝히는 순간 수 많은 남성들이 관심을 얻기 위해 접근한다고 한다.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각종 고가의 아이템을 건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성희씨가 게임에 빠진 이유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한 게임에 대한 흥미였다. 하지만 게임을 하며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여왕'처럼 대접해 준다는 사실이 주부로써 가사일에만 전념하던 이씨 묘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고.

■ 주부들에게 웹게임이 매력적인 이유는

남초 현상이 높은 경우, 여성들은 '여왕'대접을 받게 마련이다. 수 많은 공과대학의 '아름이'들의 환심을 사려 애쓰는 남성들의 모습은 온라인 게임 상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웹게임처럼 커뮤니티 요소가 게임의 재미요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엔, 여성 게이머는 곧 여왕과 다름없다.

일부 여성들의 경우엔, 자신이 여성임을 어필하며 쏟아지는 남성들의 관심을 제대로 이용하기도 한다.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환심을 사려 애쓴는 모습은 마치 수 많은 구애를 받았던 젊은 시절을 연상케한다고 전했다.

이성희씨 역시 처음에는 남성들의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됐다고 한다.

주부들이 게임 상에서 받는 뭇남성들의 관심을 즐긴다는 점이 사뭇 부정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남편들 역시 아내가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 싫지만은 않다. 부부 간 공통된 화제 가 생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부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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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씨의 남편은 게임을 즐기는 아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컴퓨터를 한 대 더 구입했다. 쉬는 날에는 함께 게임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게다가 게임 중 필요한 고급 정보나 플레이 팁 같은 것은 예전부터 게임을 즐겨온 남편이 훨씬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척척 해내는 남편은 이성희씨가 최근 들어 느껴보지 못한 '남자의 자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성희씨는 얼마 전까진 부부생활이 10년차에 접어들며 대화가 뜸해지고 서로 소원해진 감이 없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횟수가 부쩍 늘고, 남편의 귀가시간도 빨라졌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