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자전거족 위한 내비 왜 안 나오나

일반입력 :2012/06/04 11:10    수정: 2012/06/04 20:14

자전거 인구가 800만명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전용 내비게이션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국내 적지 않은 관련 업체가 있고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 내비게이션까지 등장한 만큼 의아한 일이지만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전거 전용 내비게이션은 전용 지도 제작과 스마트폰 보급 등을 이유로 출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전거 보급률은 16.6%로 자전거 인구는 약 800만명에 이른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시장 규모지만 업계서는 무엇보다 자전거 내비게이션 전용 지도를 따로 제작하기가 까다롭다는 입장이다.

내비게이션은 하드웨어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도로 정보를 담은 전자 지도의 꾸준한 업데이트가 생명이다. 게다가 자전거 전용 내비게이션 출시를 위해선 전용 지도가 필수적이다. 자전거는 자동차와 달리 주행 가능한 도로와 불가능한 도로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가령 자동차 전용 도로 는 물론 갓길 주행 가능 구간, 한강변 등 자전거 전용 도로, 골목길 등 현재 사용되는 자동차 전용 전자지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팅크웨어가 오토바이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였지만, 기존 자동차용 전자지도에 오토바이 주행 불가능 구간을 업데이트만 하면 된다. 반면 자전거는 전자지도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내비게이션 업체는 전자지도 개발과 업데이트에 막대한 비용을 쏟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르는 길을 찾아 달리는 자전거 사용 인구를 고려한다면 당장 전용 지도 개발 비용에 투자하기엔 자전거 인구가 800만명이라 하더라도시장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도가 갖춰진다고 해도 자동차처럼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어렵기 때문에 충전 배터리 방식을 택해야 하는 점도 자전거 내비게이션 제작을 막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충전 배터리를 탑재하게 되면 자동차 내비와 같은 고성능은 물론 각종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정보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모바일 지도 사용이 많은 점도 업계가 전용 내비게이션 출시를 막는 이유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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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앱은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활용, 기본적인 도로 정보와 함께 소모된 칼로리, 주행 경로 등을 표시해준다. 또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이미 스마트폰 자전거 거치대와 같은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바일 지도 앱의 경우 자전거 도로 정보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스마트폰 앱이 선점한 시장”이라며 “전용 내비게이션을 내놓는다고 해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앱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