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즈가 2010년 야심차게 내놨던 기업용 태블릿 시어스(CIUS)의 투자를 중단했다. ‘업무용 태블릿’이란 시장은 아이패드의 힘에 형성되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지난 24일 시스코는 기업 블로그를 통해 기업용 태블릿 시어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어스는 지난 2010년 시스코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이용해 개발한 태블릿이다. 화상회의, 재버, 웹엑스 등 협업 애플리케이션을 주요 경쟁력으로 앞세운 기업전용 기기였다.
시스코는 시어스의 성격을 태블릿의 형태를 가진 기업 IP전화기로 규정지었다. LTE기능까지 추가한 시스코는 지난해부터 통신사를 통해 시어스를 공급해왔다. 시어스를 위한 기업용 앱스토어까지 만들었다. 시어스는 국내에 출시조차 되지 않았고, 미국에서도 뚜렷한 판매고를 보이지 못했다.
시어스가 시스코로부터 버려진 계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로부터 불어닥친 BYOD 트렌드다. BYOD는 개인이 구매한 IT기기를 업무용 도구로 이용하는 흐름이다.
이전까지 기업과 개인소비자들의 IT기기 시장은 분리돼 있었다. PC, 노트북, 유선전화, 휴대폰 등은 기업용과 개인용으로 구분가능했다.
특히 유선전화는 기업시장의 중요한 사업분야였다. IP폰으로 불리는 카테고리는 PBX 시장을 뿌리채 흔들었다. 시어스는IP전화기의 세대교체를 위한 시스코의 선택이었다. 아이패드같은 개인용 태블릿이 업무용으로서는 부족하고, 업무 전용과 강력한 화상 협업 기능이면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반응은 시스코의 예상과 정반대였다. 기업의 직원들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회사 IT부서에 들고 가 업무용 단말기로 등록해줄 것을 요구했다. 기업용 SW업체들이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위해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본격적으로 만들어내면서 시어스의 차별성은 빛을 잃어갔다.
시스코란 회사 내부에서도 시어스에 반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시스코는 협업툴인 재버, 웹엑스 등을 애플 앱스토어와 안드로이드 마켓에 등록했다. 안드로이드, iOS 등 특정 모바일OS 전용 앱뿐 아니라 PC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웹인터페이스로도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시어스의 차별성은 개발사 시스코 내부의 행보에 의해 완전히 사라졌다.
시스코 스스로도 BYOD 때문에 시어스 개발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시스코의 새로운 기획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의외로 자주 부딪쳤던 애증의 '애플'이었다. 애플과 시스코는 특별한 관계로 보이지 않지만, 충돌과 화해를 반복해왔다. 시스코의 VoIP 솔루션 중 아이폰이라는 제품군이 있었는데, 두 회사의 갈등은 소송까지 이어진 끝에 아이폰이란 용어를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하며 겨우 봉합됐했다. 애플의 'iOS'는 시스코의 네트워크OS의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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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시어스 개발은 중단하지만 특정 고객의 요청에 따라 판매는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범용적인 업데이트는 중단하고, 특정 환경에 맞는 부분적인 공급을 택한 것이다.
기업전용 태블릿은 지난 2010년부터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었다. 시스코와 IP기반 기업통신시장의 경쟁업체 어바이어 역시 기업전용 태블릿을 출시했다. 어바이어 태블릿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