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예술’ 여수엑스포에 행복구름이 떴다

일반입력 :2012/05/20 14:15    수정: 2012/05/20 15:29

정윤희 기자

<여수=정윤희 기자>“엄마, 아빠 사랑해요.”

저마다 수화기를 붙잡고 메시지를 남긴다. 지금 당장이 아닌, 1년 후에 전해질 메시지다. 소라고둥 모양의 원목시계가 일종의 타임캡슐인 셈이다. 조금은 쑥스럽지만 메시지를 받을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른다.

지난 18일 방문한 여수엑스포에는 7개의 기업관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삼성, 현대기아차그룹, LG, GS칼텍스, 롯데, 포스코관 사이에서 SK텔레콤은 통신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기업관을 차렸다.

‘기술과 감성의 만남’을 표방한 SK텔레콤 행복구름(we-cloud)관은 외관부터 특이하다. 통신망을 상징하는 하얀 그물망이 건물 전체를 감싸는 형태다. 여수엑스포 회장 내 늘어선 기업관들 사이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폭신폭신 해 보이는 솜 한 덩이가 자리 잡은 것 같다.

1층으로 들어서니 ICT와 결합한 우리 미래 생활 모습이 펼쳐진다.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으로 혈당, 혈압을 측정하고 건강상태에 맞는 식단을 추천 받는다. 나이, 키, 몸무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블루투스 측정기로 상태를 체크하면 된다.

발걸음을 옮기니 T스마트로봇이 어린 관람객들을 반긴다. 귀여운 모양의 로봇이 책을 읽어주는가 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재생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언제든 영어, 수학, 과학 등을 공부할 수도 있다.

T스마트로봇이 어린 관람객들에게 인기였다면, 어른 관람객들에게는 역시 스마트카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빨간 렉서스 컨버터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스마트폰으로 문을 여는 동시에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구동한다. 스마트카가 자동 주행하는 동안,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뮤직비디오를 재생한다.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여수엑스포를 찾아가는 길이 펼쳐지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관람객들도 스포츠카를 둘러싸고 구경에 여념 없다.

2층부터는 본격적으로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됐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 것은 한계륜 작가의 음성 타임캡슐 ‘타임 얼라이브’다. 소라고둥을 모티브로 한 것은 파도소리를 머금은 소라처럼 목소리를 담아둔다는 콘셉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녹음된 메시지는 1년 후 수신자를 찾아가게 된다. 소라고둥 시계 안에 장착된 스마트폰이 이를 가능케 한다. 언제나 ‘좀 더 빨리’만을 되뇌던 우리에게 차분히 1년 후의 메시지를 생각게 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타임 얼라이브’ 옆에는 살아있는 미술 전시관이 펼쳐졌다. 날씨가 맑았다가도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가 하면, 나비와 새가 날아다닌다.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은 예사로, 눈이 쌓인 가지가 어느새 활짝 꽃을 피우기도 한다. 8폭의 생생한 수묵화가 천개의 얼굴로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각각의 수묵화에는 QR코드가 마치 낙관처럼 자리 잡았다. 직접 스마트폰을 꺼내 수묵화에 있는 QR코드를 찍었더니 작품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3층에는 SK텔레콤이 준비한 야심작 ‘뷰티풀 스케이프’가 자리 잡았다.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퍼져 나온다. 가로 15미터, 세로 6.7미터, 100.5평방미터짜리 대형 스크린이 4면을 에워쌌다. 앉아서, 혹은 누워서 봐도 다 따라가지 못할 만큼 수많은 영상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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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가수 박정현이다. 스님, 대학생, 직장인, 인디밴드, 아주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등 우리 이웃 1천명의 목소리를 모아 완성한 노래가 가슴을 울린다.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이 1년여를 매달린 작품이란다. 과연 영상이 끝난 후에도 디지털 음원으로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름다운 강산’을 흥얼거리면서 SK텔레콤 기업관을 나왔다. 뜨거운 햇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업관에 입장하기 위한 관람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번의 화려한 디지털 쇼보다는 ICT의 미래는 인간적 감성과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SK텔레콤의 비전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