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에게 자바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오라클 주장이 법정에서 인정됐다. 이는 앞서 오라클이 자바 언어의 기술 특허 침해를 인정받은 게 아니라 '저작권'에 대한 침해 사실을 인정받은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API저작권 무효 판례와 대조되 눈길을 끈다.
다만 '공정이용'을 했을 뿐이라는 구글측 반박논리가 완전히 무효화된 것은 아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양사 소송 재판에 참석한 배심원들이 1주일간 고심끝에 내놓은 평결은 아직 불완전했다.
미국 지디넷은 7일(현지시각) 오라클이 구글을 상대로 진행해온 법정싸움에서 줄곧 강조한 권리 침해 부분을 인정받았지만 배심원들이 구글의 '공정이용(fair use)' 반론에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썬의 자바 기술을 '참조'했다. 썬은 이를 묵인했지만 문제가 없진 않다는 입장이었다. 오라클은 지난 2010년 74억달러를 들여 썬을 인수했고 그해 8월 안드로이드가 정당한 라이선스 없이 자바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구글을 고소했다. 특허 침해에 따라 입은 손실을 근거로 구글측에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하면서다. 당시 사건을 맡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 윌리엄 앨섭 판사가 중재와 합의를 유도해왔지만 지난달초 협상이 결렬돼 지난달 중순부터 재판을 시작했다.
법정에서도 구글은 자바와 안드로이드가 별개의 산물이며 개발과정상 참조 행위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공정이용'이라 강조했다. 오라클은 그 논리가 변명일 뿐 기업 자산을 무단 도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받아쳤다. 입장차를 줄이지 못한 양측이 지난달 30일 최후 진술을 마친 뒤 그로부터 1주일만에 배심원들이 불완전한 평결을 내놨다. 배심원들이 당초 앨섭 판사가 예상한 '하루 반날 정도'가 아니라 최대기간을 모두 써버렸을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란 평가다.
■구글, 공정이용 했나…배심원도 고민
남자5명과 여자7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과연 오라클이 인수한 썬의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 일부분에 대한 권리를 구글 안드로이드 모바일플랫폼이 침해했는지 판단하고 평결을 내리기 위한 1주일동안 앨섭 판사로부터 받은 4가지 주제의 질문에 답변을 내놨다.
첫째는 오라클은 구글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자산의 전반적인 구조, 연속체, 구성을 침해했다고 입증했느냐다. 배심원은 그렇다고 평결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그 질문의 나머지 부분인 구글이 (저작권법이 보장하는) 공정이용을 했느냐는 내용에 이르러 궁지에 몰린 것으로 묘사된다.
지디넷은 구글이 이번주 화요일과 목요일 열릴 재판에서 무효심리를 주장할 계획이라 전했다. 오라클측이 입은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 앞서 구글측의 공정이용 입증여부를 판가름해야 한다고도 썼다. 더불어 배심원들이 제공한 조언에도, 판사는 여전히 프로그래밍 언어의 API라는 구성요소가 저작권법상의 보호 대상인지 여부를 확정짓지 못했다.
■오라클-구글, 평결 직후 성명 발표
평결 뒤 구글은 배심원들의 수고를 치켜세우고 알다시피 침해와 공정이용은 동전의 양면이고 핵심은 법정이 결정해야 할 사안인 API가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일것이냐라며 이 문제와 나머지 오라클측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가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라클도 자사를 포함한 900만 자바 개발자들과 모든 자바 커뮤니티 이름을 동원해 배심원을 치하하고 우리는 구글이 스스로 라이선스를 필요로하는 상황임을 알았는데도 안드로이드를 통해 허가되지 않는 자바 분기(forK)를 만들어 '한 번 개발해 어디서나 실행'한다는 자바의 중심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구글을 제외한 모든 영리단체들은 자바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모든 컴퓨팅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호환성을 보장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실 배심원 평결은 지난주 금요일에 부분적으로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배심원들이 판사로부터 건네받은 4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 가운데 하나를 만장일치로 합의하지 못해 시간을 더 끌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앨섭 판사는 휴정 없이 다음 절차로 넘어가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다음 재판은 구글이 자바를 다루면서 2개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는지 판가름하는 내용으로 예고됐다.
■앨섭 판사의 질문과 배심원 평결
판사가 판결을 위해 배심원들에게 질의한 내용은 하나의 주제에 대한 2가지 이상의 세부 질문으로 구성됐다. 어떤 질문은 답변에 따라 연속적인 추가 질문으로 연결되게 만들어졌다. 실제 문항과 답변은 아래와 같다.
1. 37가지 자바API 패키지로 컴파일 가능한 코드에 대한 질문 A. 오라클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자산(자바)의 전반적인 구조, 연속체, 구성을 침해했음을 입증했나? (배심원 평결 '그렇다') B. 구글은 전반적인 구조, 연속체, 구성을 '공정이용' 요건하에 이를 사용했음을 입증했나? (배심원 평결 '무응답')
2. 37가지 자바API 패키지를 문서화한 것에 대한 질문 A. 오라클은 구글이 권리를 침해했음을 입증했나? (배심원 평결 '아니다') B. 구글은 오라클 자바 문서를 '공정 이용' 요건하에 썼음을 입증했나? (배심원 평결 '무응답')
3. 오라클은 아래 항목을 구글이 씀으로써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시인했고 그 사용이 (허용가능한 최소란 뜻의) '미소기준(De minimis)'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유일한 문제임을 입증했나? A. TimSort.java와 ComparableTimSort.Java 파일에 포함된 rangeCheck 메소드 (배심원 평결 '그렇다') B. 'Impl.java' 파일 7개와 'ACL'파일 1개에 포함된 소스코드 (배심원 평결 '아니다') C. CodeSourceTest.java와 CollectionCertStoreParametersTest.java에서 영어로 쓰인 코멘트(주석) (배심원 평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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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앞서 1번 A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경우에만 답할 질문 A. 구글은 썬 또는 오라클이 그 저작권 보호를 받는 컴파일가능한 코드 구조, 연속체, 구성을 라이선스없이 써도 된다고 믿게끔 구글을 합리적으로 유도했음을 알았거나 알아내려는 행위에 관여했음을 입증했나? (배심원 평결 '그렇다') B. 만일 그렇다면 구글은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고 저작권 보호를 받는 컴파일가능한 코드 구조, 연속체, 구성을 쓰도록 결정하기까지 (그렇게 믿도록 유도한) 썬 또는 오라클의 행위에 사실상 합리적으로 의존했음을 입증했나? (배심원 평결 '아니다')
질문 내용 마지막에는 4번 A문항과 B문항에 대한 답변이 판사의 판결에 활용될 것이라며 이 질문들은 당신이 1~3번에 대해 판단할 사안과 관계가 없다는 안내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