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이 한 재판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오라클과 구글간 미국에서 진행중인 소송에서 안드로이드 구현에 참조한 자바API의 저작권이 쟁점화된 가운데 나온 소식이라 주목된다.
한 영미권 외신은 2일(현지시각) 분석통계소프트웨어 업체 SAS가 자사 스크립트를 고치지 않고 돌릴 수 있게 만든 모사(clone) 제품 개발사 '월드프로그래밍(WP)'을 고소해 벌어진 소송에서 이같은 판결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소송에서 SAS는 'SAS 스크립팅언어'라 불리는 기술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했다. WP가 SAS 제품 기능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자사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EU 최고법원은 SAS측 주장을 기각했다. 컴퓨터 코드(소스코드)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지만 데이터 형식이나 함수명과 같은 기능적 특성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능이 저작권 보호대상이라 인정할 경우 결과적으로 사상(ideas)을 독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이는 기술적 진보와 산업 발전에 손실이라 판단했다. 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구매자는 해당 프로그램 기반을 이루는 구성요소의 사상과 구체화하기 위해 그 기능을 테스트하고 연구하고 관찰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어떤 계약 조항이든 그에 반하는 권리는 무효화된다고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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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일반적으로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기능적 특성들이 저작권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유럽 법원의 입장에 동의한다. 다만 미국 법원은 사용자가 다른 방법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종종 제거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무효화하는 것을 꺼려왔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온라인게임 내용을 역공학하는 시도가 그 개발사 또는 서비스업체와 이용자간의 계약(EULA)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에선 구글과 오라클이 안드로이드에 쓰인 자바 API를 놓고 저작권 위반 문제로 분쟁을 치르고 있다. 구글측이 안드로이드 개발 과정에 자바 API를 참조한 것은 인정했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라클은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상의 기술 특허와 별개로 자바 API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범주에 포함된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