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식 속도전'을 치르는 과학계 글로벌 기술동향과 미래 유망분야를 파악해 우리나라 경쟁력과 성장동력을 높여가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대한민국 과학기술발전사와 함께한 시간만큼 그 미래를 상상하고 디자인해 새로운 50년을 맞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1일 KISTI는 계절과 유행에 민감한 패션산업에서 시장 흐름을 읽고 트렌드를 이끄는 '패션MD'가 있듯, 과학계에도 학계와 업계 트렌드를 읽어내 과학자들의 연구를 돕는 역할로 자신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KISTI는 과학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할지 계획하는 단계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시점에 전세계 같은 분야 혹은 비슷한 분야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이미 특허가 난 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

과학자가 만일 이를 알지 못한 채 연구를 진행하면 기껏 내놓은 성과가 글로벌 동향과 맞지 않아 엉뚱한 기술로 취급되고 주목받지 못하거나, 이미 비슷한 기술이 개발돼 그간의 노력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패션MD가 유행을 예측함으로써 유력한 패션수요를 디자이너에게 제시하는 것처럼 KISTI가 세계 연구분야 현황을 과학자들보다 앞서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한 역할로 대두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동향과 신규이슈 분석
KISTI는 과학기술에 관한 세계 각국의 학술지, 연구보고서, 특허 등의 과학기술정보를 국내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NDSL)'가 KISTI가 운영하는 과학자들의 지식저장소다. 이곳은 과학기술 관련 콘텐츠 9천만 건 이상을 한 번에 찾아 볼 수 있도록 만든 통합 전문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는 정부 부처와 각 청이 주도하는 연구사업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사업 중복에 따른 예산 손실을 막고 국가 미래전략사업을 종합적으로 계획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또 KISTI는 미래에 유망한 기술과 해당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고 강조한다.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 외에도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동원해 전 세계 첨단정보를 분석해 이를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글로벌동향브리핑(GTB) 서비스는 연간 1만1천에 달하는 해외 주요 선진국들의 과학기술정보를 수집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번역, 분석해 과학자들에게 제공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머징이슈 분석사업(NEST)을 통해 과학기술뿐 아니라 시장, 사회, 경제 등 미래 과학기술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을 종합 분석해 미래 주력 요소가 될 기술을 찾아낸다고 덧붙였다.

그 성과로 KISTI는 ‘중소기업형 통합 기술로드맵’을 완성했다. 산학연 전문가 400여명 그룹과 10개월간 작업해 향후 3년간 개발할 미래 유망 기술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전략제품 138개와 핵심기술 1천97개가 들었다. 전략제품에 소각열 회수·이용 장비, 바이오 화장품 소재 등이 새로 추가됐고 핵심기술에 미생물을 활용한 고기능 생분해성 소재, 4G LTE용 기지국 파워 증폭기 관련 기술 등이 더해졌다.
로드맵에서 제시하고 있는 목표와 비전은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워냄으로써 대한민국의 국가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KISTI측은 예상한다.
물론 미래 예측과 현상 분석만이 기술 트렌드를 이끄는 방식은 아니다. KISTI는 소비산업의 유행보다 빨리 움직이는 '지식 속도전'을 치르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지원 방안가운데 하나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팅 지식속도전의 첨병
슈퍼컴퓨터는 일반PC 대비 수백배를 웃도는 성능을 갖춰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특정 분야의 물리적 현상을 모의 분석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한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사례는 일기예보를 위한 기상청 슈퍼컴퓨터다.
사실 슈퍼컴퓨터는 훨씬 다양한 분야에 도입돼 있다. 일례로 신차 생산을 위해 충돌, 제동, 주행, 냉각 등 기존 시제품 차량으로 반복 수행했던 여러 테스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활용 가능하다.

또 영화에 실감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도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됐다. 영화 ‘국가대표’에서 보여줬던 스키점프 장면이 KISTI가 설계해 구축·운영중인 세계 5위급의 그래픽스 전용 슈퍼컴퓨터(일명 피카소)에 '멘탈레이'라는 렌더링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만든 CG효과다.
또 최근 IT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생명, 항공우주 등 분야별 연구가 대부분 컴퓨터상에서 수행되면서 '슈퍼컴퓨팅 기술 수준이 곧 국가 과학기술 수준'이라는 공식이 국제사회에서 자리잡고 있다고 KISTI는 주장한다. 세계 각 나라들은 보다 뛰어난 슈퍼컴퓨터를 보유하려고 매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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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슈퍼컴퓨터 성능은 기초과학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KISTI의 슈퍼컴퓨터 4호기를 통해 블랙홀 가상 충돌실험, 우주 초기 진화과정의 시뮬레이션 연구 등 굵직한 가상현실 프로젝트 실험 속도가 기존에 비해 12.5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KISTI 슈퍼컴퓨팅센터에 도입된 슈퍼컴퓨터 4호기는 5천만명이 20년 동안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일을 단 1분만 처리한다. 그러나 ‘슈퍼컴퓨팅 컨퍼런스 2011’에서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랭킹 1위인 일본 K컴퓨터는 연산속도가 1초에 1경회를 넘어서는 성능을 선보였다. 이에 KISTI는 일본의 K보다 3배 빠른 슈퍼컴퓨터 5호기 개발 및 도입을 통해 2016년 30페타플롭스(PetaFlops)급의 슈퍼컴퓨터로 세계 10위권 내에 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