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이 소니 신임대표, 주어진 과제는?

일반입력 :2012/04/12 18:12    수정: 2012/04/12 23:29

봉성창 기자

,<도쿄=봉성창 기자>일본 가전산업의 상징인 소니는 국내 기업들에게 한때 반드시 따라잡아야 할 목표와도 같은 기업이었다. 그러나 TV사업 부진을 비롯해 경제불황, 엔고 등 외부적인 악재가 거듭되며 적자 늪에 빠졌다.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소니가 꺼내든 카드는 수장 교체다. 소니의 젊은 피로 대표되는 카즈오 히라이 대표의 취임은 이미 예견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이라는 평이다. 지금부터 7년전 세간의 예상을 깨고 푸른 눈의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이 소니 대표로 취임했을 때만큼 그렇다.

소니는 일본 내에서 이단아 같은 기업이다.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실패를 용인한다. 무엇보다 1등에 대한 고집이 없다. 소니가 최근 실적 부문에서 삼성전자에게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지금 소니가 가진 고민의 전부는 아니다.

CBS 출신의 스트링거 회장은 수십년간 이어온 소니의 색깔을 단기간에 바꿨다. 제조업의 기반을 둔 전자 기업 소니는 영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동시에 갖춘 애플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큰 그림이 무조건 틀렸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저 운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과거 소니의 영광을 떠올리는 사람에게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의 이러한 외도 전략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히라이 신임 대표가 과연 적격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다.

히라이 대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히라이 대표가 12일 200여명의 미디어를 일본 도쿄 시나가와 본사로 초청해 발표한 소니의 새로운 경영 전략을 살펴보면 스트링거 회장과의 분명한 선긋기가 엿보인다.

우선 각 사업 조직이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각 조직마다 책임자를 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히라이 대표가 모든 것을 관할하는 방식이다. 과거 각 계열사 사장이 있고 스트링거 회장이 총괄하는 조직 구조와 비교하면 히라이 대표의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

이날 발표 중 거의 대부분은 전자 사업 방향에 할애됐다. 이미 적잖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거의 언급조차 안됐다. 이 역시 스트링거 회장과의 선긋기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지금 히라이 대표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소니의 옛 영광을 찾는 일이며 그것을 가장 바라는 것은 아마도 소니의 주주들과 임직원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소니라는 거대한 조직의 수장에 오른 히라이 대표가 자신의 능력을 가장 쉽고 간단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회계 장부상의 흑자 전환이다. 이날 발표된 소니의 향후 경영 전략은 이러한 부분에 온통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히라이 카즈오는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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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카즈오 신임 대표(53)는 지난 1984년 CBS/소니(현 소니 뮤직)에 입사해 10여년간 근무후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카(SCEA)에서 부사장 겸 COO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이후로 줄곧 SCEA와 SCE 본사를 넘나들며 비디오 게임 사업을 총괄하다가 2006년에 소니 그룹 임원이 된다. 이후 괄목할만한 고속 승진과 함께 불과 6년만에 소니 대표로 에 올랐다.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를 전 세계 확장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카즈오 대표는 이후 소니 네트워크 프로덕트&서비스 그룹 사장으로 선임돼 ‘뮤직 언리미티드’ 및 ‘비디오 언리미티드’와 같은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론칭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간 다양한 사업군에서 통합과 혁신의 능력을 인정받아 신임 대표로 낙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