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쏟아지는 통신 공약, 지르고 보자?

기자수첩입력 :2012/04/09 11:49    수정: 2012/04/09 11:54

정윤희 기자

“목에 칼이 반쯤 들어와 있는 기분입니다.”

“동네북도 이미 찢어진지 오랩니다. 남들은 곳간에 쌀이 그득한 줄 알아요.”

“OO당을 찍어야겠어요. 통신사를 공기업화 한다니까요. 차라리 진짜 국유화되면 좋겠어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볼멘소리에 광화문 통신가가 들썩거린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별로 앞 다퉈 내놓은 통신 공약 때문이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통신요금은 정치권 공약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됐다. 올해 총선도 마찬가지다. 어느 당은 통신비 20% 인하와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어느 당은 기본료와 문자메시지 요금 폐지, 또 어느 당은 반값 통신비 등을 내놨다.

불안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저마다 유권자들이 혹할 만한 인하 방안을 내세웠지만 2% 부족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과 과정을 거쳐 통신비를 내리겠다는 것인지, 현실화 가능성은 있는지 등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단계적으로’, ‘무료메신저가 일반화 됐으니’ 등 내세우는 문구들도 모호하다.

통신업계에서도 불만이 높다. 아무리 선거철 규제는 만년 설움이라지만 해도 너무하다는 성토다. 지난 대선부터 시작해 4‧11총선-연말 대선까지 이어지는 목조르기에 이미 그로기 상태라는 푸념이다. 이미 추진 중인 인하 방안을 덧포장해 내놓거나 실효성 없는 공약만 줄을 잇는다는 비꼼도 적잖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3월 소비자물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휘발유값은 5.3% 오른 반면 이동전화 요금은 6.4% 내려갔다. 비록 이용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지난해 시행한 기본료 1천원 인하도 그렇다. 통신사는 곧바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지만 이용자는 콧방귀를 꼈다. 증권가에서는 ‘곰탕 한 그릇과 정보통신의 미래를 바꿨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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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금 쏟아지는 공약에는 통신요금 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우리나라 통신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을 때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당마다 남발하는 통신 공약에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통신비 인하를 정치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명백한 무리수다. 무조건 기업 편을 들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경쟁 아닌 압박에 기인한 근시안적인 요금인하 정책은 이용자에게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