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인수" SK하이닉스 진짜 속내는?

일반입력 :2012/04/03 16:42    수정: 2012/04/04 08:53

송주영 기자

지난달 30일. 엘피다 1차 입찰 마감일. 엘피다 인수 참여전에 나선 SK하이닉스는 그야말로 복병이었다. 엘피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경쟁사, 고객사 가리지 않으며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공개입찰에 나서기까지 SK하이닉스는 단 한차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1차 입찰제안서 제출에 대해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세는 실제 인수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실제로 관심 있는 것은 엘피다 자체가 아닌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경쟁사 정보 수집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HMC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히로시마 공장, 타이완 렉스칩 공장 등이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 시너지 효과는 미지수”라고 분석하며 SK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노 연구원의 의견은 현재 증권업계 중론이다.

엘피다의 그동안 투자 상황을 고려할 때 이후에도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투입돼야 한다는 점은 누가 인수하더라도 부담이다. 4천480억엔에 달하는 부채 규모도 너무 많다.

하이닉스 인수에 2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SK그룹이 또 부담을 안고 엘피다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대세지만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엘피다를 인수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단순 수치로만 계산해본다변 SK하이닉스는 엘피다를 인수할 경우 2위업체로의 위치를 굳건히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모바일D램 시장에서는 이 시장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유일한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 시장으로의 이동을 그동안 계속 강조해왔다. 최근 출범식에서는 향후 비전 발표를 통해 40% 수준의 매출에서의 모바일 비중을 오는 2016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매출의 30%에 이르는 낸드플래시 비중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모바일D램 등의 비중도 높이겠다는 의도가 숨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엘피다에 대해서는 D램 시장 3, 4위를 달리고 있다는 위치보다는 모바일D램을 강점으로 꼽는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없다고만 보기도 힘들다.

PC용 D램 시장에서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는 것과 달리 모바일D램 시장은 1강(삼성전자) 2중(SK하이닉스, 엘피다) 정도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3사의 점유율이 93.4%(지난해 4분기 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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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HS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모바일D램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51.2%다. 하이닉스가 24.6%, 엘피다는 17.6%다. 양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수치는 42.2%까지 뛴다.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10%포인트 내외로 줄일 수 있게 된다.

SK그룹은 과거 하이닉스 인수 때도 끝까지 조용히 있다가 막판 제안서 제출 당일에 베일을 벗으며 화려하게 복병으로 나타나 인수까지 성공한 사례가 있다. 당시 조명은 현대중공업, LG전자, 효성이 받았지만 조용히 있던 SK가 또 복병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