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흥업소 풍속 바꾸는 아이패드

일반입력 :2012/03/24 00:40    수정: 2012/03/24 13:02

봉성창 기자

아이패드를 활용해 남녀간의 즉석만남 이른바 ‘부킹’을 해주는 이색 술집이 등장해 화제다. 20대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홍대, 신촌, 신림 등 서울 시내 주요 유흥가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21일 홍익대 부근에서 영업중인 A업소를 직접 찾았다. ‘스마트 주점’이라는 간판을 내건 이 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평범한 호프집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실내로 들어서면 마치 노래방처럼 모든 테이블이 방으로 꾸며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른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30여개나 되는 방은 모두 손님으로 가득했다. 자리가 있느냐고 묻자 적어도 30분 정도 기다려야 방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름을 올려놓으니 5분만에 자리가 났다며 안내를 받았다. 그 이유는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일행이 두 명이라고 하자 네 명이 간신히 앉을만한 방으로 안내 받았다. 이후 아이패드 부킹 방법에 대해 점원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마치 노래방처럼 제한 시간이 존재한다. 총 2시간 반이며 시간 연장은 어떤 경우에서도 불가능하다. 그 외에 술이나 안주를 주문하는 것은 일반 술집과 동일하며 가격도 특별하게 더 비싼 편은 아니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아이패드는 2세대 모델로 파손에 대비해 전용 케이스와 두꺼운 아크릴로 2중 포장돼 있었다. 취객이 비싼 아이패드를 집어던지는 것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메뉴판에는 부킹 방법이 자세히 적혀있다. 우선 아이패드에 설치된 전용 앱을 실행한 다음 이름, 방 번호, 일행 숫자와 성별 그리고 나이대를 입력하면 된다. 여기에 아이패드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간단하게 사진을 촬영해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마치 인터넷 채팅과 유사한 방식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부킹을 시도하자 불과 10초만에 5~6곳에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취재를 준비하면서 부킹이 잘 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기우였다.

그중 한 일행을 골라 대화를 시도했다. 간단한 인사 후 몇 번 방에 있으니 와서 같이 놀자는 제안을 받았다. 먼저 주문한 술과 안주를 옮겨달라고 부탁한 후 합석이 이뤄졌다.

문제는 이 방의 남은 시간이 30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앞서 받은 2시간 반의 시간은 합석과 동시에 무효가 됐다. 시간을 합쳐주거나 아니면 다시 원래 방으로 돌아갈 수 없냐고 묻자 점원은 이곳 규칙상 한번 합석을 하면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앞서 예상보다 자리가 빨리 난 것은 이러한 방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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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 아이패드를 활용한 부킹 주점의 숫자는 5~6곳, 최근에는 광주, 창원 등 지방에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이곳을 가끔 찾는다는 서원석(24, 가명) 씨는 “아이패드로 부킹을 한다는 점에서 직접 말을 걸거나 웨이터를 통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한 것 같다”면서도 “이성과 합석 후 술값을 대신 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는 일행을 만나 실랑이를 벌인 불쾌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