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1일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의 국내 론칭이었다. 이날 현장에는 1천여 명에 가까운 이용자가 현장을 방문했고 언론에서도 크게 다뤘다.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기자 역시 현장의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하지만 이 날 가장 놀란 사람은 따로 있지 않았을까. 무대로 올라온 그는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 카와우치 시로입니다”라는 말을 한 후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번쩍 한 손을 들며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기자가 카와우치 시로 SCEK 대표를 만나 말을 섞은 건 이번 인터뷰를 제외하고 작년에 열린 게이머 캠프 때가 처음이었다. 그날 카와우치 대표는 직접 구운 고기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고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옆집 아저씨 같은 정겨움이 묻어났다.
2010년 5월 SCEK의 수장이 된 후 이용자들의 우려를 불식 시키는데 1년도 채 안 걸렸다. 첫 외국인 대표라는 점에서 플레이스테이션3(PS3) 이용자은 특수한 국내 콘솔 시장을 모르는 사람이 대표가 됐다며 걱정을 보였다. 그러나 보기 좋게 이는 뒤집혔다.
작년 예상치 못한 다수의 한글 타이틀이 쏟아졌고 경쟁 게임기에 밀리던 PS3는 역습에 성공했다. 동작인식게임 플레이스테이션 무브(PS MOVE)의 론칭도 좋았으며, 지스타 2010에 참가해 부산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체험존도 오픈됐으며, 프로모션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자기 자리 지키기에 바쁜 일반 신임대표들의 모습과 달리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든다’는 속담처럼 그를 이토록 열정적이게 만든 이유를 직접 듣고 싶었다.
■한국 게임 이용자는 ‘매우 특별한 열정쟁이들’
“안녕하세요. 카와우치 시로입니다”
자연스러운 인사말이 나왔다. 덕분에 준비해간 일본어 인사를 못할 뻔 했다. 겨울이 끝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푸근한 날 카와우치 시로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인터뷰의 시작은 한국 게임 이용자들의 독특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은 정말 열정적입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게임 지식이 풍부하고 다양한 플랫폼에 강한 사람들을 꼽으면 한국 게임 이용자라고 생각해요. SCEK의 대표가 됐을 때도 이처럼 열정적인 그들을 어떻게 해야 만족 시켜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말 그대로 ‘소니 맨’이다. 1998년 처음 SCE에 입사한 후로 지금까지 줄곧 소니를 지켜왔다. 싱가포르, 홍콩 등 각종 지사를 거친 것은 물론 다양한 부서에서 다방면으로 활약, 현재는 SCEK의 수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에게 한국 시장은 굳이 선택해도 되지 않을 카드였다.
“대표가 되기 전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시 담당했던 분야가 현지화 파트였거든요. SCEK의 대표가 된 후 1년 정도가 지나자 안에서 보는 시장과 밖에서 보는 시장은 정말 큰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바로 열정입니다”
가장 놀랐던 부분은 ‘적극적’인 게임 이용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카와우치 대표는 게임 대회나 행사를 할 때마다 자리를 채워주는 적극적인 게임 이용자가 많다는 점을 보고 그들에게 겨냥한 ‘맞춤형’ 행사 등을 많이 기획하고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그들을 만나면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친근한 자세가 먼저 느껴집니다. 오히려 한국 게임 이용자들에게 제가 많이 배울 정도죠. 그렇지만 딱딱하지 않아요. 한국 게임 이용자들은 만나면 친절하고 잘해줍니다. 그럼 점은 한국 게임 이용자의 특징이죠”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 게임 이용자들을 직접 만나면서 무엇을 진정으로 바라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글화 타이틀을 대거 늘리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들과 개발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것, 외국 출시 일정과 한국 출시 일정을 최대한 맞추는 것 등이다.
“최근에 오노 요시노리 PD를 비롯해 예전 코지마 히데오 감독 방문 때도 그랬지만 개발자들이 항상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는 것이죠. 다른 나라 게임 이용자들과 확실히 다른 열정이 있는 것이죠”
최근 대회를 진행한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 대회도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관람객들의 입장과 생방송 영상 시청 등으로 화제가 됐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이런 대회에 열광하고 기뻐하는 한국 게임 이용자들을 직접 보기 위해 현장을 항상 방문한다고.
한글화에 대한 고집스러운 노력도 한국 게임 이용자들의 열정에 보답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이용자들이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부분은 ‘현지화’였다. 한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평가가 달라질 정도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모든 타이틀을 현지화를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죠. 저도 현지화 파트에서 근무해봤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죠. 특히 SCEK의 현지화 팀은 한국 게임 이용자들처럼 매우 적극적입니다”
카와우치 대표는 한국 게임 이용자들의 열정과 적극성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덕분에 자신도 그들처럼 적극적이게 됐다는 것. 한국 게임 이용자들의 특별한 열정을 사랑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와 SCEK가 한국 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이유가 이거였다.
■PS비타의 역습, 얼마 남지 않았다
인터뷰 중 자연스럽게 화제는 지난 달 출시된 PS비타로 넘어갔다. 이미 25개 정도의 라인업이 출시됐으며, 그라비티 데이즈를 비롯한 추가 한글 타이틀도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론칭부터 지금까지 PS비타의 국내 시장 상황은 어떨까.
“어느 정도는 예상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시각에서는 다소 좋지 않게 내다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 론칭 당시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글 타이틀에 대한 반응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PS비타의 한국 입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 상황에서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물론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위해서라도 다수의 한글 타이틀과 대작 타이틀의 출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문제죠. 초기 론칭 타이틀 25개 중에서 대작은 손에 꼽을 수준입니다. 휴대용 게임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서는 볼 수 없는 뛰어난 콘텐츠가 필수죠. 우리는 이를 언챠티드나 유닛13, MLB12: 더쇼 등 수준 높은 게임으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길게 보고 있다. 카와우치 대표는 PS비타를 통해 급한 성과를 내기보다는 천천히 접근해서 조금씩 늘리는 방법을 좀 더 생각했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PS비타가 지금까지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무리하게 주입하기보단 천천히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한국 이용자가 게임에 익숙하다는 말을 했는데요. 그만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구가 많다는 뜻도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은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많이 하지만 반대로 하이레벨의 PC, 온라인 게임에도 익숙하죠. 우린 중간을 보고 있어요”
그는 게임에 익숙한 한국 이용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는 매력과 함께 하이레벨의 수준 높은 게임 재미까지 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구매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비타는 어느 쪽에도 어울리는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기라고 것이다.
“PS비타는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용 게임기 주는 재미부터 콘솔 게임 이용자들이 즐겨하는 마니아성 게임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해주죠. 뛰어난 퀄리티와 휴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재미를 추구하게 될 한국 이용자들에게 큰 매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곧 공개될 플레이스테이션 스위트를 통해 나올 리메이크 게임부터 다양한 대작 게임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구동이 되겠지만 결국 게임에 대한 만족감은 PS비타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S비타가 한국 시장에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PS비타는 한 단계 발전된 게임을 찾는 한국 게임 이용자들에게 최상의 선택을 줄 것입니다. PS비타의 역습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분들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군요”
급하게 먹은 음식이 체할 수 있는 것처럼 카와우치 대표는 PS비타를 천천히 국내 시장에 안착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성급하게 지금의 성과를 비교하기보다는 준비된 계획에 맞춰 꾸준히 걸어가는 방법이 오히려 한국 이용자들에게 PS비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
“확실한 건 PS비타의 대작 타이틀은 기대 이상으로 준비되고 있고 그것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약속하겠습니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한국 게임 이용자들을 들썩 거리게 만들 게임을 선보이겠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PS비타-PS3를 직접 체험하게 해주고 싶다.
올해의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자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과감한 현지화 정책 유지와 한 명이라도 더 PS비타와 PS3를 만져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대표로 선임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자, 목표였다.
“현지화는 한국 시장에 접근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SCEK가 한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 게임을 즐겨주시는 분들에게 인정 받아야겠죠. 판매량에 대한 고민보다 한 명이라도 더 게임을 편안하게 즐겼으면 그게 좋은거죠”
카와우치 대표는 판매량 걱정을 할 경우 한글화 정책을 펼칠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출시됐던 ‘캐서린’ 같은 타이틀이 좋은 예라고. 이 게임은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SCEK의 과감한 현지화 정책에 힘을 보태줬다.
“올해는 ‘경험’이라는 요소로 한국에서 활동하겠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PS비타나 PS3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전국 12개의 플레이스테이션존이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고, PS비타 시연 버스를 제작해 전국 대학교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어차피 보여지지 않으면 할 수도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작년 진행했던 렌탈 프로모션이나 오프라인 이벤트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해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말도 더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경험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올해 게이머 캠프가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 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것보다 ‘더 큰’ 행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게이머 캠프가 정답이면 그것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걸 보여드리는게 맞겠죠?”
카와우치 시로 대표는 인터뷰의 끝으로 한국의 콘솔 게임 시장 성장을 바란다는 말을 했다. 이를 위해 현지화에도 최선을 다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국내 빠르게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글화는 제가 드릴 수 있는 약속입니다. 정말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한글화해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는 비용 문제를 떠나 SCEK와 이용자들의 거리를 줄이는 몇 안 되는 방법입니다. SCEK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기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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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우치 시로 대표와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그가 한국 시장과 이용자에 대한 관심이 정말 컸다는 점이다. 그냥 단순히 높은 지위를 얻어 현실에 안주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국 콘솔 시장을 생각했다.
올해 카와우치 시로 대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과가 나오길 바라겠다. 그의 바람대로 더 이용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그런 진실된 SCEK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을 빨리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