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마니아에게 해당 게임을 만든 회사의 대표가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콘솔 게임 분야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은 까닭에 대표의 사업 스타일에 따라 한글화 여부나 마케팅 그리고 가격 정책까지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6월 3대 콘솔 플랫폼 홀더 중 하나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의 대표가 교체된 것은 콘솔 게임 마니아들에게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카와우치 시로 신임대표는 지난 2001년 12월 설립 이후 최초로 선임된 외국인 대표다. 일본인에 대한 묘한 편견 때문일까. 일부 이용자들은 비록 100%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SCEK가 꾸준히 진행해온 한글화가 자칫 축소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카와우치 시로 신임 대표에게 이러한 우려를 조심스럽게 전달했다. 운을 떼자마자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작을 중심으로 한글화가 필요한 게임은 최대한 해볼 생각입니다”
단 한마디로 우리나라 콘솔 게임 마니아들이 원하는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다. 물론 미리 준비된 지나치게 모범답안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재미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눈길’
“이미 SCEK 직원들에게도 말했지만 회사를 운영하는데 국적은 상관없습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 이하 소니) 역시 꼭 일본인이 대표를 하라는 법도 없죠.”
이미 소니는 일본 회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글화 여부 역시 대표의 국적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CEO의 사업 스타일이다. 윤여을 초대 대표가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면 다음 대표직을 맡은 이성욱 전 대표는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했다.
“그 중간쯤 될까요? 우선은 꼭 해야 하는 일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죠. 때로는 한발 앞서서 해야 하는 일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무슨 회사를 경영 하는데 재미를 논하는가 봤더니 카와우치 대표는 모든 일에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주의였다. 그 만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카와우치 대표는 회의시간에도 곧잘 직원들에게 CEO답지 않은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주도한다. 인터뷰 중 가족이 일본에 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를 돌며 계속 출장을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 역시 농담이었다.
“집사람 입장에서는 ‘올레~’ 아닐까요? 어차피 딸은 대학생이고 아들은 수험생이라 요즘은 가족끼리 함께할 시간이 많이 없어서 아직은 견딜만 합니다.”
재미를 팔아서 수익을 올리는 회사의 CEO가 재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카와우치 대표가
■체험 마케팅 중심으로 저변 확대할 것
카와우치 대표는 이미 수년전부터 SCEK 임원직을 맡으며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 대해 오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끔 용산 아이파크에 있는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보고 옵니다. 매번 들릴 때마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의 에너지에 감탄합니다. 한국이 온라인게임에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습니다.”
카와우치 대표는 최근 우리나라 콘솔 시장이 차츰 침체되고 있지만 전체 게임 이용자는 착실하게 늘어가고 있다며 오히려 이는 SCEK에게 기회이자 한국 시장이 가진 잠재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에 익숙한 한국 이용자들이 언제까지 온라인게임만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과 가격 그리고 한글화 등 서비스로 꾸준히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콘솔 게임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카와우치 대표의 생각은 그동안 한국 닌텐도의 사업 행보와도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연예인을 홍보모델로 기용해 공중파 TV 광고를 하는 닌텐도와 달리 SCEK는 아직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가 매스마케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략은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타겟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무브 출시를 기점으로 보다 적극적인 체험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카와우치 대표는 인터뷰 도중 불쑥 한글화된 ‘파이널판타지13’을 해봤냐고 물었다. 한글화가 된 만큼 끝까지 몰입해서 게임을 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더니 나온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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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캇타(다행이네요)”
소탈하면서도 장난기가 넘치는 카와우치 대표의 인간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SCEK의 향후 사업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