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재화(Virtual Goods)는 침체된 세계 경제의 구세주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과 KT가 주역을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KT가 이석채 회장 2기를 맞아 글로벌 미디어 유통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음악, 드라마, 소설, 영화, 한류 콘텐츠 등과 같은 가상재화 유통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19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올레경영 2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미디어 유통그룹 도약과 BIT를 통한 경영혁신으로 전 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을 구현할 것”이라며 “스마트라이프를 선도해 오는 2015년까지 그룹 매출 40조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가상재화 선도를 위한 방안으로는 엔써즈, 유스트림코리아, 넥스알, KT이노츠 등 계열사 시너지를 내세웠다. 이날 이 회장은 김길연 엔써즈 대표, 김진식 유스트림코리아 대표, 한재선 넥스알 대표, 변진석 KT이노츠 대표, 이한대 싸이더스FNH 대표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융합 시대에는 통신 그 자체보다는 통신망 위에서 생산, 유통될 수 있는 가상재화가 더 중요하다”며 “모든 사업의 초점은 KT가 가상재화 시장에서 능동적 주체가 되고, 또 여기에 필요한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석채 KT 회장과의 질의응답이다.
LTE 시작이 경쟁사에 비해 늦었다. 여기에 가입자도 뒤쳐져 있다.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는 회심의 전략이 있나
맞다. 우리는 뒤쳐졌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CCC 기술이 있다. 이것은 네트워크 기술의 진정한 혁신이다. 과거에는 하드웨어가 있고 그 안에 일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 방식이었다면, CCC는 하드웨어 주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역전시켰다. CCC는 서울지역 1천300개 LTE 기지국을 건설하는데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렸다. 생산량이 못 따라갈 정도다. 이를 대한민국이 완성을 시켜서 세계로 나가면 CDMA기술에 못지않은 혁신적 성과를 올릴 것이다.
고객이 LTE를 왜 쓰느냐 생각해보면 속도 때문에 쓴다. 요금면에서도 와이파이, 와이브로 등 나머지 네트워크를 충분히 쓸 수 있기 때문에 요금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현재 KT 자체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고 있다. LTE로의 전환은 시간문제다. 지금 당장 가입자가 뒤쳐졌다고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가지 요금인하 관련 공약을 내놓겠다고 하는 정당이 있다. 요금인하와 관련된 구체적인 의견을 말해달라
통신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만약 지금 쓰는 서비스를 3년 전에 쓰려고 하면 요금을 100배 이상 더 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통신요금을 비싸다고 하는가. 우리 요금체계를 보면 단말기 할부금이 포함돼 있는데 제조사가 해외에 파는 단말기 가격보다 국내 시장 가격이 훨씬 더 비싸다. 서비스 요금은 3년 전에 비해 100분의1 수준이다.
결국 단말기 값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단말기 값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준으로 하면 요금이 내려갈 것이다. 유통구조도 투명해질 것이다. 내가 KT 회장 아니고 그냥 판매점에 가서 사면 엄청 바가지를 쓸 것이다. 지금은 소비자의 정보력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페어프라이스 시스템이 통용 안 되는 분야가 여기다.
KT의 이미지가 아이폰 도입 등으로 좋아졌다가 최근 2G 종료 등으로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어떻게 변화토록 노력할 것이냐
물론 이미지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2G 종료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전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는 전차가 달렸다. 아주 낭만적인 전차가. 그런데 자동차가 다니면서 전차가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정부에서 전차는 폐기하고 지하철 건설을 추진한다. 여기에 일부 사람들은 나는 전차를 계속 타고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새 서비스가 나올 때 혜택은 더욱 커질 것이다. 2G 종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삼성전자와 스마트TV 관련한 분쟁이 있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예컨대 만약 돈을 냈다고 전력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전력, 주파수, 네트워크 등 모두 똑같이 희소한 자원이다. 이것을 아껴 써야한다. 희소한 자원을 모든 국민이 원할 때 쓰게 하자는 것이다. 이 세상에 결코 공짜 점심은 없다. 그렇다고 이것을 가지고 결코 돈을 벌겠다는, 혹은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 들어올 때 생각해보면 내가 젊은 사람들 빼놓고는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근데 지금은 우리 산업이 일어나는데 결정적인 뒷받침이 됐다고 생각한다. 스마트TV라는 것은 네트워크와 연결돼야 스마트TV지 네트워크와 연결 안 되면 돈 많이 든 보통 TV다.
그렇다고 해외 사업자들이 스마트TV가 트래픽 부하를 발생시키는데 공짜로 네트워크 연결을 해줄까? 환상이다. 대한민국에서 하던 것 해외에서 그대로 못한다. 네트워크 만드는데 10조 이상이 든다. 이것을 누구나 골고루 가격을 내면서 모든 국민의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프지만 우리 산업이 세계로 나가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미디어 유통그룹으로 도약한다 했는데 참고한 해외 사업자가 있나.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나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KT의 모델을 많이 배우러 온다. 우리는 땅이 좁아서 넓게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기에 뭔가를 얹어서 발전하는 방식이다. 어느새 KT가 배우기보다는 다른 회사에 참고가 되는 회사가 됐더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비상경영 체제의) 배경을 설명해주겠다. 예년에 투자한 것보다 금년 투자비가 더 많다. LTE 구축 등을 감안하면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조달하려면 내부 경영효율화를 위해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매년 5천억 이상 절약해왔다. 근데 이 효과가 지난해 요금인하로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금년에 한 번 더 졸라매 볼 생각이다. KT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회사가 잘되면 필요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 직원들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KT만큼 노사가 합의해서 회사가 잘되도록 하는 회사가 드물다.
통신이나 IT 사업의 글로벌 진출은 쉽지 않다. 성공한 예도 많이 없고. 새로 글로벌 진출을 하는 것이 과거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전략으로 임할 것인가
KT는 지금까지 글로벌 진출해서 실패한 사례가 적다. KT 역사상 가장 유감스러운 사례를 꼽자면 과거 멕시코의 주파수를 83%가량 샀었는데 IMF 금융위기 때 팔았다. 그런데 그것을 산 사람이 지금은 세계적 갑부가 됐다.
예전에는 통신사의 글로벌 진출은 주파수 사거나 회사를 사거나 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지분참여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는 것에 대한 찬스는 많이 줄었다. KT가 돈이 없어지지 않았더라면 전 세계 몇 십개국에 나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 KT는 돈이 없으니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지금 KT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은 우리가 쌓아온 역량을 파는 것이다. 마이너한 주주로 들어가도 주요주주가 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한테 네트워크의 설치, 관리, BIT 시스템까지도 의존할 수밖에 없게끔 다른 비즈니스도 함께 파는 식을 생각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투자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생동감 넘치는 회사로 탈바꿈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모델이다.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은 키봇2다. 키봇2가 해외 각국에 진출하고 있는데 여기에 특허가 많다. 한국에서 플랫폼을 가지고 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 애플처럼 앱스토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가는 모델로 성공시킬 생각이다. 과거에는 아프리카에 네트워크 구축해주고 돈을 받는 일회성 사업이었다면, 이제는 제2, 제3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WAC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진행 상황은
WAC을 어느 나라보다 열심히 하는 곳이 한국이다. 지난해 12월 WAC2.0을 내놨다. 필리핀의 스마트라는 회사는 이것을 근간으로 해서 상반기에 서비스 할 것이다. NTT도코모와 차이나모바일도 하반기에는 상용화할 예정이다.
지금 우리가 추진 중인 것은 WAC3.0이다. 유럽이나 미국 사업자가 관심이 많다. 현재 이 분야는 전 세계 9개 통신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이통 3사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전체 확산 상황이 계획보다 늦다보니까 GSMA와 WAC이 협력해서 좋은 방안을 찾고 있다.
전체 IT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지난 3년간 중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융합이다. 2기에서 중점 두고 있는 융합분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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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에서도 융합을 활용하는 방향은 변화 없을 것이다. 다만 융합을 제대로 하려면 단순 네트워크 건설 가지고는 안 된다. 네트워크에서 돌아가는 솔루션, SI와도 많이 닮았고 솔루션과도 연관이 있다.
그동안 KT가 부족하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노력한 것이 소프트웨어쪽 역량 보강이다. 현재는 3년 전과 많이 달라진 것 느낄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해 실제로 전력소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실험해보기도 했다. 1기에서의 실수를 반성하고 2기에서는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