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비싼 통신비, 단말기 가격 탓”

일반입력 :2012/03/19 12:15    수정: 2012/03/19 17:39

정윤희 기자

“제조사가 해외에서는 400~500달러에 파는 단말기를 국내서는 900달러에 출고한다. 반면 통신 요금 자체는 3년 전과 비교하면 10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석채 KT 회장이 단말기 제조사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요금체계에 포함된 단말기 할부금 때문에 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이 만연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제조사들이 해외에서보다 국내서 단말기 가격을 높임으로써 통신요금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회장은 19일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고객들이 쓰는 서비스를 똑같이 3년 전에 쓴다고 생각해보라”며 “그 경우 요금을 100배 이상 내야할 정도로 서비스 요금은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단말기 값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해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준으로 내놓으면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해외 출시 가격보다 국내 출시 가격을 높이는 대신 장려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제조사가 해외 출시 가격으로 단말기를 내놓을 경우 소비자들의 통신요금 부담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렇게 되면 휴대폰 유통구조도 더욱 투명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현재의 휴대폰 유통 분야는 페어프라이스 시스템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내가 KT 회장 아니고 직접 일선 판매점에 가서 휴대폰을 사면 엄청 바가지를 쓰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소비자의 정보력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전 세계 통신사 매출이 19.1% 성장할 때 국내 통신3사는 최근 3년간 가입자당매출(ARPU)이 계속 줄었다”며 “우리나라 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나라 국민들과 같은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TV 사태로 촉발된 망중립성 논란에 대해서는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전력과 주파수, 네트워크 등은 모두 희소 자원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네트워크는 한정된 희소 자원이기 때문에 누군가 많이 쓰게 된다면 또다른 누군가가 돈을 많이 내거나 피해를 입게 된다”며 “희소한 자원을 국민들이 원할 때 쓰게 하자는 것이지 이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혹은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KT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임원 연봉을 10% 반납키로 한 것도 네트워크 투자비를 마련키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경영효율화를 통해 5천억원 가량을 절약했으나 지난해 요금인하 직격탄을 맞으면서 효과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예년 투자비보다 올해는 LTE망 구축 등 20% 이상의 투자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통신사들이 해준다고 해서 해외 통신사들이 공짜로 네트워크에 접속하게 해줄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다”며 “스마트TV는 네트워크와 연결돼야 스마트TV지 연결이 안 되면 돈이 많이 드는 보통 TV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여기에 지난 2009년 아이폰 도입 당시를 예로 들면서 “당시에는 관련 업계에서 배신자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IT 산업이 일어나는데 결정적 뒷받침을 했다”며 “지금 당장은 아프지만 우리 산업이 세계로 나가는데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날 올레경영 2기를 선포하고 글로벌 미디어 유통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그룹 내 엔써즈, 유스트림코리아, 넥스알, KT이노츠 등 계열사 시너지를 통해 ‘가상상품(Virtual Goods)’ 유통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