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2]삼성 개발자, 구글에 쿠데타 야망

일반입력 :2012/02/29 07:17    수정: 2012/02/29 16:30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정 기자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정 기자]‘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가 한창인 28일 ‘피라 드 바르셀로나’ 전시장.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 1위 삼성전자에는 “중국 휴대폰의 발전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 공세가 끊이지 않는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제조사들이 고급 사양 스마트폰을 공개했기에 삼성전자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다. 이를 기대 혹은 확신하는 이들도 즐비하다.

이에 대한 삼성전자 답변은 공식적으로 “방심하지 않겠다.”,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은 아직 멀었어.”로 요약된다. 일부 젋은 층 직원들은 “딱히 관심이 없다.”라고도 말한다. 삼성전자의 최대 관심은 딴 데 있다. 같은 8홀에 자리 잡은 구글 부스가 그 주인공.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들어 주는 협력사이지만 삼성전자 직원들은 묘한 경쟁심을 드러냈다. 구글과의 OS 혈전이 아주 먼 미래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자체 OS ‘바다’의 갈 길이 멀었음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OS 시장 점유율이 약 2%로 안드로이드와 비교가 아직은 의미 없다.

다만, 안드로이드와 애플OS 틈바구니서 지난 3년간 살아남았고, 소프트웨어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대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도 냈다. 일단 살아남으니 팬들이 늘었다. 삼성전자의 바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강연에 한 타임마다 500여명이 줄을 섰다. 줄이 건물 밖까지 이어지고 미처 못 들어간 개발자들이 다음 시간을 기다리며 계단에 앉은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온라인상 닉네임 ‘니키’라고 소개한 영국 출신 청년은 “전에도 바다 개발자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 정도 인파는 처음”이라며 “갤럭시S3라도 나온 줄 알았다”고 농담 섞어 말했다.

일본에서 온 한 여성 개발자도 “갤럭시노트 필기 기능을 활용할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이 많다”며 “아직은 안드로이드가 우선이지만 바다도 공부할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의 필기 기능에 기반 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제작법을 공개했다. 갤럭시노트 인기 애플리케이션 ‘수너(Soonr)’와 ‘터치노트(Touchnote)’의 개발자가 발표자로 나섰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담당자들은 반색할 수밖에 없다. 대 구글 쿠데타를 위한 병력이 급증세인 것이다. 해도 해도 안 될 듯했지만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다. 구글 관련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답을 피하면서도 언젠가 판을 바꾸겠다는 뜻까지는 감추지 않았다.

권강현 삼성전자 전무는 “있는 그대로 있지는 않겠다. 많이 바뀔 것이고 특정 시간이 되면 새로운 기술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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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수많은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중 삼성폰에서 되는 것은 절반도 안된다”며 바다 키우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바다 개발자 행사 후 열린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기조연설에는 어림잡아도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전시 부스에 수시로 찾는 개발자들도 그 수를 세기가 어렵다. 휴대폰 제조사들까지 경쟁적으로 안드로이드 마크를 전시한다. 구글 왕국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쿠데타 시나리오가 어떻게 진행될지 더 궁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