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다, MS 앞섰지만 환호하긴...

일반입력 :2012/02/21 08:34    수정: 2012/02/21 08:49

최근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 플랫폼 경쟁력을 앞선 듯한 조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 양사 운영체제(OS) 기반 단말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가 MS를 이긴 것이다. 다만 MS의 열세는 기존 OS를 전략상 포기하면서 초래된 현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흥을 돋우긴 이른 시기다. 향후 바다와 윈도폰 플랫폼간 점유율 싸움의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4분기 전세계 판매된 스마트폰 단말기 숫자와 점유율을 제조사별, OS별로 조사한 통계 결과를 내놨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1억4천904만1천800대가 팔린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MS보다 자사 OS를 탑재한 휴대폰을 35만2천300대 더 팔았다. 삼성전자의 바다는 점유율 2.1%에 해당하는 311만1천300대, MS는 자사 OS 단말기를 점유율 1.9%에 해당하는 275만9천대 판매했다.

일부 외신들은 보도를 통해 분기중 MS를 앞선 삼성전자의 성과에 판정승을 내렸다. 삼성 바다 스마트폰이 MS 윈도폰 단말기보다 많이 팔렸다는 이유다. 제조업체 삼성전자가 MS를 SW기준으로 이겼으니 의외로 보일 수 있다. 그 1년 전인 지난 2010년 4분기만해도 바다폰 판매량은 202만6천800대, 윈도 계열 휴대폰 판매량은 341만9천300대로, 당시 삼성전자 실적이 MS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MS의 약세는 가트너가 지난해 1분기를 조사한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MS 플랫폼 기반 스마트폰은 365만8천700대 팔려 점유율 3.6%를 차지했다. 지난해 판매 단말 대수는 369만6천200대로 비슷해 보이지만 점유율이 6.8%를 기록했기 때문에 하락세가 큰 셈이다.

이어 2분기, MS는 전년도 305만8천800대(4.9%)에 크게 못미치는 172만3천800대(1.6%) 판매에 그친다. 같은 기간 바다는 57만7천대(0.9%)에서 1년만에 205만5천800대(1.9%)로 점유율만 2배가량 성장했다. 직전 1분기 바다OS 점유율이 5위권 밖에 있어 별도 표기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도 눈에 띄는 변화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삼성 바다OS가 MS 윈도폰 OS를 앞서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2011년도 이전 MS 플랫폼 기반 단말기 실적은 윈도폰뿐 아니라 '윈도모바일(WM)' 계열 단말기 판매량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WM은 MS가 윈도폰으로 스마트폰 '후발주자'로 나서기 이전에 만들던 스마트폰 OS다. MS가 윈도폰을 만들면서 WM와의 호환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별개의 OS라고 봐야 한다.

가트너는 이를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특정 시기 이후 WM기반 단말기는 단종됐다. 윈도폰 출시는 지난 2010년 4분기 유럽과 북미에서 처음 시작됐다. 그 영향이 두드러진 시기는 판매 지역이 확대된 지난해 1분기부터다. 그래서 2011년 1분기 MS 단말기 판매량에는 단종된 WM판매량의 끝물과 갓 출시된 윈도폰 물량이 섞여 있다. 그 이전의 MS 실적은 대부분 단종된 WM 판매량이고 2011년 2분기 이후는 거의 윈도폰의 성적표라 보면 무리가 없다.

가트너는 2011년 1분기 MS 플랫폼 단말기 판매량 365만8천700대(3.6%) 가운데 윈도폰 OS 기기가 160만대(1.6%)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후 MS 단말기 판매량은 2분기 172만3천800대(1.6%), 3분기 170만1천900대(1.5%) 등 완만한 하락세에서 4분기 275만9천대(1.9%)로 흐름을 뒤집는다.

같은 기간동안 삼성전자는 어땠을까. 우선 바다 플랫폼은 2011년 1분기까지 5위권에 들지 않았다. 2분기 판매량은 205만5천800대(1.9%), 3분기 247만8천500대(2.2%), 4분기 311만1천300대(2.1%)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즉 삼성전자 바다는 각 분기마다 MS 윈도폰을 조금씩 앞서왔지만 이번에 특별히 더 좋은 경쟁을 펼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난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오는 사이 윈도폰이 바다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는 MS가 윈도폰 메이저 업그레이드 '망고' 버전을 선보이며 신기종을 대거 출시한 시기다. 같은기간 삼성전자도 새 플랫폼 '바다2.0' 공개를 준비해왔지만 이를 탑재한 신형폰 '웨이브3' 출시를 늦추며 한차례 도약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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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에도 스마트폰 플랫폼 경쟁에서 빠른 업그레이드와 단말기 출시는 점유율에 중량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플이 iOS5를 공개하면서 3분기 점유율 15%를 4분기 23.8%로 끌어올린 점이나 '블랙베리10' 출시에 난항을 겪어온 리서치인모션(RIM)의 점유율 이 10%초반에서 한자리수로 떨어진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달말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양사가 선보일 신형 단말기와 업그레이드된 플랫폼도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행사장에서 MS는 소규모 업그레이드를 예고한 윈도폰7.6 버전 '탱고(Tango)' 공개를 예고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출시한 웨이브3 단말기와 바다2.0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