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유해매체 심의는 명백한 표현의자유 침해다.(윤태호 작가)”
“만화가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기 검열이 이뤄지면 재미없는 만화만 나올 것이다.(강풀 작가)”
폭력성을 이유로 웹툰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유명 만화가들이 쓴소리를 던졌다. 이 같은 만화계의 반발은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3개 웹툰에 대해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통지’를 보낸 것이 결정적 발단이 됐다.
27일 오전 한국 만화가협회 등이 참여한 ‘방심위 심의 반대를 위한 범만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방심위가 위치한 방송회관 앞에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이날 오후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작품의 작가와 동료 작가들 뿐 아니라 만화가 지망생, 독자들도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가감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자유롭게 질문을 주고 받으며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날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한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지금의 논란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미 웹툰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19금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심의를 한다는 것은 자율규제 의지를 위축시킨다는 설명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되면 웹툰에 19금 마크가 표시되고 이미 배포된 출간물에도 ‘빨간 딱지’가 붙게 된다. 이에 대한 홍보도 물론 금지되며 웹툰을 보기 위해선 별도의 실명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
서 칼럼니스트는 이에 대해 “매우 위험천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심의가 사후에 이뤄진단 점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용 문제도 지적했다. 실제 방심위 결정 통지 후 단행본 출간을 준비 중이던 만화가 이종규씨의 ‘전설의 주먹’은 청소년 유해매체물 결정시 전량 회수 가능성을 우려해 인쇄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와 관련 우리만화연대 백정숙 부회장은 “유해매체 사전 통지한 것만으로도 이처럼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심의가 결정되면 시장이 무너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만화계는 이번 공동 대응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한편 만화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규제 효과성 검증을 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의 이종필 변호사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 만화를 탄압한다는 것에 문제제기 해야 한다”며 “소송을 시작하면 1년여 이상의 지난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를 만화계가 힘을 비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싸움에 동참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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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문화산업대 박인하 교수도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저당잡혀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 위원장을 맡은 윤태호 작가는 이날 자리한 동료 작가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작가들마다 약간의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만화계가 똑같은 실패와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인식을 같이 하고 조직력있는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