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만화 탓?…엄한 ‘불똥’

일반입력 :2012/01/11 17:32    수정: 2012/01/12 16:45

전하나 기자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 사건의 불똥이 만화계로 튄데 대해 만화인들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한국카툰협회 등 6개 단체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폭력의 원인이 마치 만화인양 매도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희생양 찾기와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며 “한국만화 100년의 역사 가운데 90년 이상 만화 창작자들을 옥죄어 온 검열의 악몽과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라고 반발했다.

사건의 발단은 C일보사의 1월 7일자 ‘열혈초등학교, 이 폭력 웹툰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제공했다. C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주요포털에 연재되는 340개의 웹툰 가운데 학원폭력물이 11개라면서 이 가운데 2편의 사례를 들어 아이들이 웹툰을 보며 폭력의 방법을 학습한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이틀 뒤인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연재 웹툰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거세졌다.

방통심의위는 “웹툰 상당수가 폭력, 따돌리기 등 학교 폭력을 부추기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심의 결과 학교 폭력을 조장하는 폭력적 성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웹툰이나 그 웹툰의 특정 회차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정해 어린이나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포털 사이트 야후는 문제가 된 ‘열혈 초등학교’의 최근 연재분을 지우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10일 오후3시께 해당 웹툰 작가가 연재 중단을 통보받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관련기사

이에 대해 만화 단체들은 “기사가 나온지 이틀 만에 모니터링 강화와 제한 조치를 발표한 방통심의위의 성급한 판단에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마치 일부만화가 그 원인인 것처럼 재단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만화 한 두 편에 책임을 묻는 것은 침소봉대를 넘어 왜곡이자 오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