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③] 게임과 아이들 그리고 교육
* 현준 엄마가 말하는 '게임-폭력성-아이들'
* 게임으로 역사를 배운다
* 취업문 활짝…백수탈출 했어요
* 네이처 폭력게임 노출 관련 언론보도 편향적 해석
게임이 아이들의 폭력성을 높이는 것은 편향된 해석이라는 해외 연구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학교폭력의 원인을 게임으로 몰아가며 게임 산업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본지에서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권은경씨(35세 여. 평촌거주)를 만나 아이와 게임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그는 현재 첫째 현준(8세), 둘째 현제(6세), 셋째 현지(2세)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결혼하기 전 간호사로 일했으며 남편은 현재 회사에 다니고 있다.
지난 3일 저녁 권은경씨가 살고 평촌의 한 아파트를 찾아 아이들과 게임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게임과 아이들에 대한 교육관이 확고한 부모 중 하나였다.
Q: 평소에 혼자 게임을 즐기시나요?
A: 저는 지금까지 게임을 혼자서 즐겨 본 적이 별로 없어요. 가끔 핸드폰으로 앵그리버드 같은 게임을 하거나 아이들과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할 거예요.
Q: 게임에 관심이 없다는데 거실에 닌텐도 위(Wii)와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는데요?
A: 처음 DVD를 사러 갔는데 DVD 플레이어보다 플레이 스테이션이 더 경제적이더군요. 그러다 아이가 자동차를 좋아해서 게임 타이틀을 사줬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좋아해서 교육적인 목적으로 몇 개 타이틀을 샀어요.
위(Wii)는 운동하면 살이 빠진다고 해서 샀는데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한 것 같네요. 주로 마리오카트를 즐기고 위(Wii) Sports처럼 몸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아이들과 주로 하고 있어요.
■게임은 공감대 역할...드라마 이야기로는 공감대 형성 못해
그는 게임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들과의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이들과의 대화 창구도 게임을 통하면 쉽게 열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들과 어른과의 관심사가 다른 만큼 그 부분을 해소하려는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게임을 못하게 되면 아이들이 격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서 어른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 했다. 어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못 보게 하면 짜증을 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말을 이었다.
Q: 게임에 관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A: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면 서로의 공감대가 늘어나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예요. 이건 아이들과 게임을 즐기지 않는 부모는 절대 느끼지 못해요. 게임을 하면서 스킨십은 물론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늘었어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당사자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인데, 제가 뽀로로에 대한 얘기를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에게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얘기를 하길 바랄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최소한 게임을 하거나 게임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부모와 자식이 아닌 친구로서의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폭력적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A: 게임을 통해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했다거나 현실과 게임을 혼동한다는 것과 같은 보도를 보면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요. 물론, 어릴적 게임을 못하게 하면 격한 반응을 보이죠. 이건 아이들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어른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하면 화를 내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됐을 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비정상 아닐까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인형이 아니에요. 어른들의 뜻대로 아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외부가 아닌 부모에게서 찾아야 해요. 왜 아이가 게임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보세요.
하루만 아이들이 게임을 할 때 옆에서 행동을 지켜보면 답이 나와요. 아이들은 거의 게임을 하면서 그게 욕이든 아니든 계속 말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 정답이 있어요. 게임에 빠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게임이 아니에요. 자기 말을 들어주고 반응해 줄 사람이라는 거죠.
■아이의 폭력성-반사회성 결국 부모가 교육을 외면한 것
그는 인터뷰 중 부모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책임을 못한 것에 대해 타깃을 게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에게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화 상대를 해야 할 책임을 다 못하고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게임이 잘못 되었다고 사회적 문제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어린아이 입장에선 게임이나 과자, 장난감은 모두 똑같은 놀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놀이로 생각했으면 한다는 자신만의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란 말도 이어졌다.
Q: 부모가 아무리 잘 관리를 한다고 해도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A: 현준이는 3살 때부터 게임을 즐겼어요. 연필보다 게임패드를 먼저 손에 잡았고 뽀로로 보다 마리오와 와리오를 더 빨리 알았죠. 하지만, 아이가 폭력적이라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유치원에서는 질서도 잘 지키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요. 가족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다 보니 순서를 기다리는 법이나 동생에게 양보하는 법은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어요.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게임을 즐기느냐, 누구와 즐기느냐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게임을 즐기는 원인이 게임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A: 제가 게임에는 문외한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게임을 가지고 실험을 해본 적이 있어요. 하루 종일 친구와 어울리게 했을 때 아이는 게임을 찾지 않아요. 하지만, 1-2시간 공부를 시키면 바로 딴 짓을 하게 되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게임 생각할 것이고,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과자를 찾게 되겠죠.
과자를 좋아하는 아이가 과자를 찾듯 게임은 단순히 아이들이 자신의 욕구를 표출할 도구에 지나지 않아요. 근본적으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중독이나 폭력성에 관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어른들의 무책임이 빚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단 하루만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해도 원인을 알 수 있는데 그것조차 하기 싫으니 그 원인을 게임으로 떠넘겨 버리는 거죠. 그리고 이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다른 외부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려요. 그렇게 되면 최소한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은 면하게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하지 못하니 더 큰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되죠.
말하자면 타조가 위험에 닥치면 모래에 머리를 박고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그 순간은 모면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극히 짧은 순간일 것이고 타조는 목숨을 잃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봐요.
Q: 게임을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A: 그건 얼마나 자제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이고 아이가 스스로 자제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물리력을 통해 아이의 욕구를 억누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어요.
그런 욕구는 언젠가는 다시 터질 수밖에 없어요.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그런 욕구가 터진다면 그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요. 근본적인 처방은 아이에게 욕구를 억누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욕구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에요.
■부모는 등대 역할...선장이 되려고 하면 일 그르쳐
그가 주장하는 것 중에 한 가지가 아이가 스스로 자제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줘야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선장 역할을 하면 안 된다는 것. 현준이의 경우는 게임을 통해 벌써부터 현실적인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Q: 아이가 게임을 하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때는?
A: 현준이는 장래희망이 자동차 디자이너예요. 8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우디에 취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어요. 장난감도 자동차만 사려고 할 정도이고 그림에는 자동차가 빠지는 법이 없어요. 그런데, 현준이가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아이러니 하게 게임 때문이에요. ‘그란투리스모’에 등장하는 세계적인 명차를 보면서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움직이면서 게임에 나오는 차보다 더 멋진 차를 만들 거라고 해요.
그란투리스모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을 통해 아이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Q: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하도록 할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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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가 자라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죠. 게임을 즐기다가 게임에 심하게 빠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아이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제 틀에 맞춰서 키울 순 없다고 봐요. 만약 아이가 게임에 지나치게 빠졌다면 저는 먼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결책을 찾아보겠어요.
부모가 아이 인생의 선장이 되려고 해서는 안돼요. 선장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1등 항해사도 아닌 등대가 선장 노릇을 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