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③] 취업문 활짝…"백수탈출 했어요"

일반입력 :2012/02/06 10:24    수정: 2012/02/06 10:42

김동현

[게임 바로보기③] 게임과 아이들 그리고 교육

* 현준 엄마가 말하는 '게임-폭력성-아이들'

* 게임으로 역사를 배운다

* 취업문 활짝…백수탈출 했어요

* 네이처 폭력게임 노출 관련 언론보도 편향적 해석

“웬만한 대기업 보다 좋은 것 같아요. 진작에 게임업계를 봤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네요.”

기자가 최근에 만난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이모(28살)씨를 품어준 곳은 게임업계였다.

요즘 청년 실업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추구하는 인재들이 대기업이나 흔히 말하는 ‘이름 있는 업체’로 몰리면서 인재 불균형 현상과 실업 대란이라는 이중고를 만들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모씨가 게임업계로 눈을 돌린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평소 친구들과 취미삼아 즐기던 게임의 개발사가 궁금해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됐고 그곳의 공개채용 공지를 보게 된 것이다.

그가 면접을 본 곳은 N사였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이름을 알린 곳이었으나 게임 업계 취직을 생각하지 않았던 그였기 때문에 다소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최종 합격 통지가 온 후에 자신의 일터로 발길을 옮긴 그는 게임 개발이 아닌 사업 관리팀 소속이 됐다. 기자가 그를 만난 건 취업 후 6개월 정도가 지난 후였다.

이모씨가 게임업계에 들어간 후 달라진 것을 물어봤을 때 나온 첫 번째 대답은 편견이 깨졌다는 점이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야근을 반복하는 형태와 달리 사원들에 대한 대우와 복지가 매우 좋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떠나 이를 홍보하고 관리하는 부분은 IT나 전반적인 콘텐츠 사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더 많은 제휴로 단시간에도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꼽았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게임업계에 취직한 걸 달갑게 보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들이 대기업 못지않게 유명한 곳에 다닌다고 자랑하실 정도에요. 저도 그렇지만 부모님의 편견이 깨진 것도 참 기쁜 소식입니다”

이렇게 게임업계를 통해 백수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이모씨를 비롯해 매우 많다. 예전에는 게임을 무작정 좋아하고 게임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 주로 취직했지만 지금은 뛰어난 학력을 가진 인재들이 선택하는 것도 많이 볼 수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박모씨㉜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서울대 출신 인재들이 N사에 대거 취업한 사례는 타 업계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꼭 고학력 인재만 게임업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유명 시뮬레이션 게임을 서비스 중인 한 업체의 최모(28살) 운영팀장은 고졸 출신이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뛰어난 분석력과 열정적인 자세는 그를 10명 이상을 거느린 어엿한 팀장으로 이끌었다.

실업난을 줄이기 위한 게임업계의 인재 품기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플, CJE&M 넷마블, 엠게임, KOG, 엑스엘게임즈, JCE, 컴투스, 네오위즈게임즈, 드래곤플라이, 한빛소프트,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애니파크 등은 여러 게임 업체들은 매년 꾸준히 공개채용을 통해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특히 넥슨와 엔씨소프트의 공개 채용 경쟁률은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경쟁률로 화제가 됐다.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업체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업체의 인사팀장은 “지금 게임업계의 연봉 수준과 복지는 기대 이상으로 높다”며 “학력부터 능력까지 모든 것을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견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게임업계 종사자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까. 게임백서 2011에서는 현재 국내 게임 업체가 약 1천94개이며, PC방은 1만9천14개, 아케이드 게임장은 550여개라고 분석했다. 종사하는 인력만 9만4천여 명이 넘는다. 이는 작년보다 12% 증가한 수치다.

직업도 다양해졌다. 개발 인력 위주로 몰리던 게임 업계 종사자는 게임 운영자와 홍보, 마케팅, 관리직, QA 및 CS 등 여러 측면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게임 방송을 비롯해 프로모션 대행사 등 연간 사업이 더해지면서 더 많은 인재를 포용하고 있다.

학력에 대한 편견도 적다. 국내 유명 업체들의 인사관리팀을 비롯해 사업 전반적인 조사 결과 전체 49.2%가 학력이 취업에 무관하다고 대답했다. 과반수에 가까운 업체가 학력보다는 다른 것을 더 많이 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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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충원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전체 조사 참가 업체 중 과반수 이상은 인력 수급이 절실하다고 답변했으며, 꾸준히 채용의사가 있다는 업체도 30% 이상이 나왔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게임 업계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기피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 더 많은 인재가 게임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