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바로보기②] 해외 이주하는 국내 게임 개발자...이유는?

일반입력 :2012/02/03 11:10    수정: 2012/02/06 10:43

정모씨 : “잘 지내? 여기는 한국보다 근무환경이 열악해...하지만 마음은 편하네 와이프도 마찬가지야.”

김모씨 : “마음 편하다니 좋겠네... 나도 조만간 이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번 설날 때 친척들이 쳐다보는 눈초리에 한국 뜨고 싶어.”

국내에서 게임 개발을 하다가 지난해 이민을 한 정씨(34세. 현재 영국업체 재직)와 국내 게임 개발자 김씨(33세. 현재 국내업체 재직)가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이다. 최근 게임 개발자들이 이민을 준비 중이거나 해외 게임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형 게임업체에 재직 중인 김씨는 친척들을 만나는 명절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그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게임업체에 다닌다는 것만으로 친척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기 때문이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게임을 좋아해 열심히 프로그램언어를 공부해 게임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만한 N사에 당당히 합격했다. 보수도 좋고 자신이 좋아 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에 친척들에게 자랑했지만 돌아온 것은 냉소적인 반응 뿐 이었다.

게임을 접하지 못한 어른세대는 게임이 공부를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한다고 김씨는 털어놨다.

“공부뿐만 아니예요. 지난 2006년에 터진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온라인게임이라고 아무리 설명해봤자 도박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것으로 봐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초라해질 뿐이죠.”

김씨는 지난해 영국으로 이민을 간 정씨를 따라서 영국 이민을 검토 중이다. 대한민국 게임 개발자는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가 영국행을 선택하려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해외에서는 게임을 콘텐츠의 하나로 보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한다.

“먼저 이민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요. 그래서 한국을 뜨려는 겁니다. 제 주위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김씨가 생각하고 있는 이민 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업체로의 이직을 생각하는 게임 개발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북미의 경우 온라인 게임 수요가 크지 않아 중국행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이민 보다는 해외업체로의 이직이 많다. 또한 한국에 비해 물가가 비교적 낮고 게임 개발자들의 편견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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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대비 37.7% 증가한 22억1천100달러(약 2조2천500억원)로 전체 콘텐츠 산업 총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 53%를 차지했다. 또한 20개 게임산업 상장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수출액은 4천6백만달러(약517억원)로 2010년 전체 수출액(4천8백만달러)의 96.5%를 달성했다.

게임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 부처들이 학교 폭력의 주범으로 게임을 지목하면서 앞다퉈 규제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기술자들의 해외이민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편견과 잘못된 시선으로 인해 소중한 국내 인재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